[태풍피해/강원]강릉 “도울 일 없나요” 자원봉사 열풍

  • 입력 2002년 9월 8일 19시 50분


강원 강릉시 장현동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물에 떠내려온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 강릉=신원건기자
강원 강릉시 장현동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물에 떠내려온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 강릉=신원건기자
‘오지로 보내주세요. 도울 곳을 알려주세요.’

강원 강릉 등 수해지역에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주말과 휴일이었던 7, 8일 수해지역에는 사이버 동호회 중심의 사이버 봉사단, 아마추어 무선 동호회, 중고교생 자원봉사단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자원봉사자가 몰려들었으며 ‘나 홀로’ 지원자와 가족 봉사자도 많았다.

이날 강릉 시내에는 모두 1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와 고립된 마을에서 삽질을 하거나 구호품을 전달했으며 흙탕물로 뒤덮인 식기와 식탁 등을 세척했다.

오후 1시경 강릉시 홍제동 강릉교도소 인근의 한 물품창고 앞. 이번 수해로 5억여원의 물품이 흙탕물에 잠겨버린 이모씨(51)의 창고에 2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와 그릇과 화장품 등 피해품을 꺼내 맑은 물로 닦고 있었다.

“12가구가 살고 있는 신안마을 유기농업반에서 마을총회를 열어 수해 지역에 한사람이라도 보내자고 결정해 제가 파견됐습니다.”

자원봉사자 강용호(姜龍浩·40·경기 화성시)씨는 6일 강릉에 와서 3일째 자신의 승합차에서 먹고 자며 복구작업을 돕고 있다.

‘다음 카페’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 만난 ‘강원직딩 2535’(강원도 내 25∼35세 직장인의 모임) 회원 7명도 오전 10시에 이곳에 도착해 자신들이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바쁜 손길을 놀렸다. 자신의 대화명이 ‘해와달’이라고 밝힌 30대 회원은 “회원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뜻을 모아 새벽에 강원 원주와 춘천 등에서 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함께 흙 묻은 컵을 닦고 있던 우종형(禹鍾亨·37·회사원·원주시 명륜1동)씨 부부는 “이재민들이 하루 빨리 고통을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가족이 모두 왔다”고 말했다.

이날 강릉시자원봉사센터(033-648-6100)에는 이재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애틋하고 감격스러운 사연이 많이 접수됐다.

인천에 사는 박선희(朴善姬·64)씨는 “허리가 아파 힘든 일은 못해 안타깝다”며 “수해로 집을 잃은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우리 집에 모시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40대 양계장 주인은 “나만 수해를 덜 입어 이웃에게 미안했다”며 닭 27마리를 가져왔다.

일본에서 사업을 한다는 황응석(黃應石·78)씨는 “50년 전에 떠난 고향 강릉이 수해를 입어 안타깝다”며 일화 300만엔을 보내왔다.

강릉시문화관광봉사자협의회 김은순(金銀順) 부회장은 “이번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 온데다 되도록 고생하는 데로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한편 3박4일 일정으로 7일 동해에 입항한 9000t급 미국 순양함 카우펜스호(함장 찰스 딕슨 대령) 장병 100여명도 동해시 부곡동 수해 현장에서 해군 1함대 장병들과 함께 수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수해지역 자원봉사 연락처
지역 전화번호
강원강릉033-648-6100
동해033-533-1365
태백033-550-2023
속초033-639-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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