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부익부’ 막을 대책있나

  • 입력 2002년 9월 1일 18시 21분


부부의 금융자산소득에 대한 합산과세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법의 평등원칙에 어긋나는 세법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똑같은 소득이라도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결혼하지 않은 사람보다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소득세법이라면 고치는게 옳다.

앞으로 자산소득이 있을 경우 부부간에 재산을 나누면 소득세를 적게 낼 수 있게 됐지만 조세정의 차원에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자 배당 부동산임대 등의 소득이 많을수록 감세효과가 크기 때문에 세법이 세금의 ‘부익부’ 현상을 조장하는 결과가 된 것이다.

부부합산과세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부부간에 소득을 나누는 ‘절세행위’를 막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고소득자에게 누진과세를 통해 세 부담을 늘린다는 취지는 공평 과세를 위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결혼한 부부의 세 부담이 결과적으로 독신자들보다 커졌기 때문에 시정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부부개별과세로 하더라도 당초의 취지는 살려 나갈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인위적인 소득 분산을 막기 위해 상속세나 증여세를 강화하는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상속세와 증여세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부부간에 증여세를 내지 않는 증여한도가 5억원으로 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절세를 위한 부부간의 재산 분할이 크게 늘어날 소지가 있다.

고소득층이 이런 방법을 통해 세금을 덜 낸다면 국민의 납세의식도 해이해질 것이다. 가뜩이나 재정형편이 어려워 서민들에 대한 조세감면까지 없앤 터에 고소득층의 세금만 줄인다면 국민은 쉽사리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며칠 전에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다시 손질하는 한이 있더라도 세금의 ‘부익부’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금명간 발표될 4차 부동산 종합대책에서도 이런 사정이 감안되어야 옳다. 부동산 보유과세를 강화하고 부부간의 편법적인 증여나 상속을 막을 수 있는 세정의 보완작업은 사회적 불만을 감소시키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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