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북한]南 권은주-北 함봉실 42.195 불꽃레이스

  • 입력 2002년 9월 1일 17시 35분


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남한과 북한은 ‘하나됨’을 전세계에 과시할 전망이다.

그러나 ‘화합의 레이스’속에서도 경쟁은 있는 법. 남과 북의 선수들은 참가하는 모든 종목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모으는 종목은 여자 마라톤.

북한은 전통적으로 여자마라톤에 강하다. ‘북한의 영웅’ 정성옥은 99세비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월계관을 써 전세계를 놀라게 한 바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도 무엇보다 여자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해야 한다는 욕심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정성옥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임원으로 참가하는 대신 최근 북한의 ‘최고봉’으로 떠오른 함봉실이 여자마라톤에 출전할 것이 활실시 되고 있다.

함봉실이 출전하면 ‘한국 여자마라톤의 간판’ 권은주(25·삼성전자)와의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최고기록으로 따지면 권은주가 2시간26분12초로 함봉실(2시간26분23초)에 약간 앞선다.

하지만 함봉실은 올 4월 세운 기록인 반면 권은주는 97년 세운 것이라 단순비교는 힘들다. 결국 레이스가 끝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전망.

정성옥 김창옥과 함께 북한 여자마라톤의트로이카 중 한명인 함봉실은 1988년 육상을 시작한 베테랑.

최근 열린 제14회 아시아선수권에서 여자 5000m와 1만m에서 2관왕에 오를 정도로 스피드가 좋다. 2000시드니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27분07초로 8위에 올랐고 2001베이징 유니버시아드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15분24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 4월 평양국제마라톤에선 2시간26분23초로 정성옥이 가지고 있던 북한 최고기록(2시간26분59초)을 경신하며 절정기를 맞고 있다.

97년 조선일보춘천마라톤에서 ‘마의 2시간30분벽’을 깨고 혜성같이 나타난 권은주는 부상이란 수년간 암초에 막혀 고생했지만 최근 전성기에 못지 않는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부산 코스에 맞춰 강원도 태백과 횡계, 태백, 춘천 등지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특히 권은주는 ‘가을 여자’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을에 좋은 기록을 내고 있어 ‘남북 대결’ 승리는 물론 월계관까지 거머쥐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편 이번 여자마라톤엔 중국 최강 웨이야난(21)과 일본의 오미나미 다카미(27)가 참가해 극동 4개국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올 동아마라톤 챔피언 웨이야난은 최고기록이 2시간24분02초로 남자 못지 않는 강철체력이 강점이다.

오미나미는 4월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개인 최고기록인 2시간23분43초를 세우며 주목받게 된 일본 여자마라톤의 2인자. ‘시드니 영웅’ 다카하시 나오코는 참가하지 않는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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