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8월 29일 16시 1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인도 뉴델리의 바자 애드버타이징이 ‘에이즈로부터 안전한 섹스’를 계도하기 위해 만든 공익광고.
그러나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담론은 주로 그것이 건강에 해롭다는 유해론으로 일관되어 왔다. 본격적이며 최초의 마스터베이션 연구서라 할 수 있는 티소의 ‘오나니슴’(1758년 간행)엔 마스터베이션이 각종 질병을 부르는 죄악처럼 묘사되어 있다. 발기부전, 신경쇠약, 목의 통증, 전신 쇠약, 식욕 감퇴, 콩팥 이상, 뇌의 이완…등등이 그가 언급한 마스터베이션의 부작용이다. 그가 스위스의 의사였고 환자들을 살펴 본 임상경험을 토대로 그 책을 저술한 것으로 미루어 위의 증상들이 마스터베이션의 해악을 알리기 위해 도입된 과장된 증빙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마스터베이션은 여성과의 과도한 동침보다 훨씬 더 해로우며…여기에서 죄를 벌하고자 하는 신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란 구절에 다다르면 성경 창세기 38장의 오난의 사건 이후로 마스터베이션을 죄악시해 왔던 기독교적 윤리관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관점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마스터베이션을 통해 성적욕망 장애를 가진 부부를 치료한 경험을 밝힌 섹스치료 전문가의 임상결과에서부터 “에이즈의 출현은…젊은이와 미혼자들에게 마스터베이션을 도덕적으로 긍정할 수 있는 아주 새로운 이미지를 가져왔다”는 머니(J. Money)의 주장에 이르기까지 마스터베이션의 옹호론이 득세하고 있다.
인도 뉴델리의 바자 애드버타이징(Bazaar Advertising)에서 제작한 공익광고는 바로 그 머니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림엔 한 건장한 청년이 샤워를 하고 있는데, 그의 힘껏 솟은 성기는 타월로 가려져 있다.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와 성기에서 분출되듯 표현된 하얀 타월은 마스터베이션을 연상케 한다. 헤드라인은 “콘돔 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섹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대안적 섹스인 마스터베이션을 가장 안전한 섹스라고까지 부각시킨 것이 너무 끌어다 붙인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보디 카피를 읽어보면 자위 옹호에 대한 타당성이 이해된다. “섹스 파트너가 많아지고 에이즈의 범람 등 섹스의 위험성이 높아진 사회환경에서 찢어질 가능성이 있는 콘돔도 안전한 섹스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특히 미혼이거나 정기적인 섹스 파트너가 없을 땐 자위를 즐겨라. 자위는 가장 안전하고 깨끗하고 만족스러운 섹스행위다. 죄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정액은 몇 시간 안에 곧 보충되며 임포텐츠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또한 원할 때마다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등등의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광고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안전한 섹스에 대한 계몽이 우선이고, 자위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 잡아 주고자 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자위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그만큼 이 세상의 섹스 환경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을 역으로 입증한다.
급기야 우리는 학자들간의 이론 싸움을 넘어서 만인이 들여다 보는 광고를 통해 마스터베이션의 옹호 성명을 읽는 시점에 도달했다. 마스터베이션을 적극 지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니! 바람직하면서도 동시에 슬픈 일이다. 오죽하면 자위일까.
김홍탁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