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도술씨와 국제통화 녹음

  • 입력 2002년 8월 13일 19시 04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의 병역면제 의혹에 대한 관련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진상규명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대업(金大業)씨는 전 국군수도병원 부사관 김도술씨가 99년 3∼4월 병역비리합동수사본부에서 조사 받는 과정에서 돈을 받고 정연씨의 병역면제 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씨 수사를 지휘했던 이명현 전 군 수석검찰관도 김대업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도술씨는 “김대업씨가 얘기를 지어냈다”며 전면 부인했고 이명현 전 군 수석검찰관 후임으로 합수부를 지휘한 고석 전 군 검찰부장도 김대업씨의 주장에 의문을 나타냈다. 김대업씨가 김도술씨의 청탁을 받고 면제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한 변모 전 준위도 김대업씨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쪽의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우선 김대업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음테이프에 담긴 목소리가 김도술씨의 목소리냐, 아니냐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이다.

검찰은 13일 미국에 있는 김도술씨와 국제전화 통화를 하면서 김씨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이 목소리를 김대업씨가 제출한 녹음테이프의 목소리와 비교해 보기 위해서다.

만약 목소리가 다르다는 성문(聲紋) 분석결과가 나오면 김대업씨 주장은 근거를 잃게 된다. 김대업씨가 녹음테이프의 내용을 조작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소리가 같다는 분석결과가 나오면 김대업씨의 주장은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김도술씨가 검찰 소환에 불응하면 수사는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업씨는 녹음테이프에 “김도술씨가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를 병무청 직원에게서 소개받았다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김도술씨와 변재규 전 준위가 병역면제 개입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 병무청 직원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지만 김대업씨도 이 직원이 누군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의 분기점은 김도술씨에 대한 직접 조사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도술씨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귀국해 조사 받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98년 11월 입영대상자들의 부모에게서 병역면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뒤 유죄 판결을 받고 만기 출소한 뒤 2000년 2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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