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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6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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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의원의 내부 보고서(본보 6일자 A4면 보도)가 공개되자 종전의 수세적 입장에서 ‘대통령의 중도퇴진’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나서는 등 적극공세로 전환했다. 반면 민주당은 장외집회를 검토하겠다며 한나라당에 대한 압박공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태세다.
▽한나라당〓서청원(徐淸源) 대표는 6일 기자회견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6월 청와대 회동 이후 이 후보 흠집내기를 겨냥한 ‘5대 조작’ 음모가 조직적으로 제기됐다”며 “김 대통령의 노골적인 정치개입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됐고, 대통령이 중도퇴진하는 불행한 사태를 다시 겪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천 의원이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한 내용이 드러난만큼 김대업-천용택-민주당-일부 정치검찰 사이의 검은 공작커넥션도 곧 밝혀질 것이다”고 말했다.
천 의원이 만든 보고서에서 의정 부사관 출신 김대업(金大業)씨를 활용, 이회창(李會昌)후보에 대해 병역비리 공세를 펴겠다고 적시한 것 자체가 공작정치의 증거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병역비리 은폐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의 배후로 민주당 천 의원을 지목해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천 의원을 직권남용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민주당〓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이날 경기 하남 지역 정당연설회에서 “대통령후보라도 의심이 있으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이회창 후보) 본인도 검찰에 나가고 부인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용택 의원도 자신이 김대업씨의 폭로를 사주했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와 남경필 대변인, 정형근(鄭亨根) 홍준표(洪準杓)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한나라당이 제기한 김씨와의 커넥션 의혹에 대해 “그런 일은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천 의원의 한 측근은 김씨의 사면의혹에 대해 “김씨가 실제로 면책이 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전제, “다만 당시 병무비리 수사에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수사팀에서 김씨의 면책 건의를 했다면 천 장관이 받아들였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씨는 한나라당에서 6, 7차례나 협박과 회유를 받았고, 이 협박을 견디다 못해 부인과 이혼까지 했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병역보고서’ 거의 실행돼▼
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의원이 6월 27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한 ‘병역비리 보고서’의 계획은 이후 실제로 비슷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측의 주장이다.
5월 21일 주간 ‘오마이뉴스’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장남의 병역면제 은폐회의 및 병역판정 부표 파기, 병적기록부 원본 변조 의혹 등을 제기하자 민주당은 같은 달 29일 곧바로 특위를 구성했다.
특위위원장인 천 의원 등은 이 때부터 소위 ‘은폐대책회의’ 참석자들의 비서관이나 운전사 등을 찾기 시작했고 6월초에는 제보자인 김대업(金大業)씨와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진술을 들었다.
5월말 한나라당이 오마이뉴스를 형사 고발하지 않자 민주당 대변인실은 연일 논평을 통해 “무엇이 두려워서 오마이뉴스를 검찰에 고발하지 못하느냐”고 한나라당을 자극했다. 한나라당은 6월 25일 김대업씨, 오마이뉴스, 신동아, MBC 등을 상대로 무더기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민주당이 촉구한 형사고발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7월31일 김대업씨가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도 병역비리에 연루돼 있다”고 주장하자 한나라당은 바로 다음날 김씨 등을 형사 고발했다.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를 유도하는 전략에 우리가 말려들지 않자 민주당이 김씨의 기자회견을 사주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병역비리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양심 있는 시민의 충정을 왜곡하지 말라”고 맞서고 있다.
| 천용택 의원의 병역비리 보고서와 실제 상황 비교 | ||
| 천용택 의원의 병역비리 보고서(6월27일) | 실제 진행 상황 | |
| 1 | 1, 2차 은폐회의 목격자와 증인 확보 및 증언설득중 | (5월21일)주간 오마이뉴스가 대책회의, 부표 파기, 원본 변조 의혹 보도(5월29일) 민주당, 병역비리 특위 구성 (6월초) 천 의원, 김대업씨 진술 청취 |
| 2 | 춘천병원 병역판정 부표 파기 경위 확인 | |
| 3 | 병적기록부 원본 기록부 확인(서울지방병무청) | |
| 4 |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병역 의혹 보도한 언론사를 고발토록 공세 펴 검찰수사 유도 | (6월25일)한나라당, 김대업씨와오마이뉴스 등에 민사소송 제기(8월1일) 한나라당, 김씨와 한화갑 대표 등을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고발 |
| 5 | 김대업씨 등의 양심선언 기자회견 준비 | (7월31일)김대업씨, 병역비리 기자회견 및 이회창 후보 등 고소 |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