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떴다방’ 바람몰이 남양주 달군다

  • 입력 2002년 8월 4일 18시 12분


경기 남양주시 아파트 분양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인근 구리시 인창동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주변에서 떴다방들이 천막 60여개를 세워놓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구리〓권주훈기자 kjh@donga.com
경기 남양주시 아파트 분양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인근 구리시 인창동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주변에서 떴다방들이 천막 60여개를 세워놓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구리〓권주훈기자 kjh@donga.com
“일단 청약 접수증만 맡겨 주세요. 당첨되면 알아서 팔아 드릴게요.” 3일 경기 구리시 인창동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현대산업개발이 남양주시 호평지구에 짓는 아파트를 분양하기 위해 만든 이 모델하우스는 떴다방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바로 앞 인도(人道)도 마찬가지. 떴다방들이 세워놓은 상담용 천막만 60여개에 달했다.

아직 당첨자도 발표되지 않은 이 아파트 분양권에는 이미 프리미엄이 형성된 상태. 로열층은 2000만∼3000만원, 비(非)로열층은 15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떴다방들은 귀띔한다.

떴다방들이 청약 접수증을 수집하는 데 혈안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당첨만 되면 계약금을 내기 전에 분양권을 팔아준다는 것이다.

계약 전 분양권 전매는 불법이다. 그런데도 당국의 단속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남양주의 아파트 분양시장이 떴다방과 일부 ‘큰손’들의 투기판으로 전락했다는 소문이 사실인 듯했다.

투기세력이 남양주에 몰리는 이유는 이 일대가 수도권 최대의 분양권 유통시장으로 부상했기 때문. 올해 남양주시 호평지구와 평내지구에서 이미 분양됐거나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1만7545가구에 달한다. 인근 덕소지구와 준농림지 아파트를 포함하면 2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불붙은 청약 열기〓남양주의 청약 열기는 서울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달 29일 현대산업개발이 선보인 아파트는 910가구에 1만9595명이 지원했다. 청약경쟁률은 21.5 대 1. 이에 앞서 분양된 ‘대주파크빌’이나 ‘중흥S-클래스’ 등도 모두 순위 안에서 마감됐다.

남양주는 당초 미분양을 염려한 업체들이 분양시기조차 잡지 못했던 곳. 하지만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중도금 무이자 융자’나 ‘이자 후불제’ 등 파격적인 분양조건을 제시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여기에 새로 개설되는 자동차 전용도로나 복선 전철화 사업 등 호재성 재료도 분양에 한몫했다.

분양권 프리미엄도 높다. 5월 덕소지구에서 분양된 쌍용아파트는 분양가에 5000만원은 얹어야 살 수 있다.

▽투기판 전락〓그럼에도 남양주가 기록적인 분양률을 보인 건 떴다방들의 바람몰이 때문이라는 게 현지의 평가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논리적으로 분석이 안 되는 시장”이라며 “떴다방들의 조직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이런 청약률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떴다방들은 한꺼번에 30∼40여개의 청약통장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약통장 밀거래도 흔하다. 200만원짜리 청약예금 1순위 통장이 500만원에 거래된다. 떴다방 천막마다 ‘청약통장 상담 환영’이라는 안내판까지 버젓이 붙어 있을 정도다.

건설업체들이 의도적으로 떴다방을 고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A사 관계자는 “몇몇 업체들이 분양률 저하를 우려해 떴다방들에 물량을 미리 배정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분양가의 10%인 계약금만 내면 나머지 중도금은 입주 때까지 유예할 수 있어 떴다방들이 분양권을 대거 매집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제2의 용인’ 되나〓떴다방들의 폐해는 분양물량을 싹쓸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프리미엄도 조작한다.

떴다방끼리 물건을 돌리면서 프리미엄을 부풀리는 것이다. 실수요자가 걸리면 작업에 참여했던 떴다방끼리 프리미엄을 나눠 갖는다. 이를 반영하듯 단지별 분양권 전매율이 30%를 넘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남양주가 ‘제2의 용인’이 될 수도 있다는 염려를 내놓고 있다. 한때 각광받는 아파트 분양시장이었던 용인은 투기세력이 빠져나간 뒤 분양권 거래가 안 돼 실수요자들만 골탕을 먹은 바 있다.

남양주시 와부읍 M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의 프리미엄이 입주 때까지 유지될지는 의문”이라며 “앞으로도 추가 공급물량이 쌓여 있는 만큼 떴다방들의 가격 부풀리기에 휩쓸리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리〓고기정기자 koh@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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