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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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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주장〓한나라당은 이날 총리서리 제도의 위헌성을 거듭 주장하며 총리직무대행 체제 가동을 촉구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총리서리 임명은 위헌이다”며 “새 총리 임명동의안을 국회가 통과시킬 때까지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전윤철(田允喆) 경제부총리를 직무대행에 임명해 산적한 국정현안을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김 대통령은 90년 노재봉(盧在鳳) 전 총리서리가 임명되자 ‘서리 제도는 위헌’이라며 인사방문도 거부한 일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국무총리가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순으로 직무를 대행한다’는 정부조직법 22조를 적극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상(張裳)총리지명자가 국회 동의를 못받고 물러난 것도 ‘사고’로 해석해야 한다는 논리다.
▽청와대 움직임〓청와대측은 “법 해석을 원칙대로 해야 한다”며 총리직무대행을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조직법은 ‘사고’의 경우만 직무대행을 임명할 수 있도록 했을 뿐 ‘궐위’에 대해선 규정이 없는 만큼 편의적으로 해석해선 안된다”며 “이는 법 개정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2000년 5월 박태준(朴泰俊) 당시 총리가 재산문제로 사퇴하면서 이헌재(李憲宰)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이 3일간 직무대행으로 임명됐던 점에 대해서는 “그때는 상황이 다소 달랐고, (정부에서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새 총리 인선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단 자료들을 검토해 후보를 압축한 뒤 대통령에게 보고해 지시를 따라야 하는데 이제 겨우 자료를 검토하는 단계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백지상태에서 실무진이 올린 10여명의 새 총리 후보들의 인물파일을 살펴보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새 총리 지명이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8·8 재·보선 이후로 늦춰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 시각〓대다수 헌법 전문가들도 초헌법적인 총리서리를 임명하지 말고, 법률이 규정한 총리직무대행을 하루빨리 임명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최대권(崔大權) 교수는 “지도자가 없으면 후임자를 빨리 골라야 하는 것은 상식의 문제”라면서 “정부조직법의 ‘사고’라는 문구를 질병 해외여행 등으로 좁게 해석하기보다 ‘자리에 없는 상황’으로 이해하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성낙인(成樂寅) 교수도 “정부조직법이 ‘사고 등으로 인해…’라고 표현됐다면 시비의 소지가 없을테지만 그렇게 안 돼 있다고 하더라도 궐위 때도 당연히 직무대행을 임명하는 게 상식 아니냐”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직무대행은 공식 후임자가 선출될 때까지 법적 공백상태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법의 일반 원칙”이라며 “총리직무대행도 정하지 않고, 총리 지명도 늦어진다면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국대 장석권(張錫權) 교수는 “미국의 경우 ‘궐위에 관한 법률(Vacancies Act)’을 두어 공직 지명자의 인준 때까지 행위를 120일간 보장하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