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세돌 3단-유창혁 9단 3일 日후지쓰배 결승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45분


유창혁 9단과 이세돌 3단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3일 일본에서 열리는 후지쓰배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

원수를 갚아야할 사람은 유 9단이다. 그동안 두 기사는 결승전에서 2번 만났다.

1회전인 2000년 12월 배달왕전 결승 5번기에서 이 3단의 3대 2 역전승. 2회전인 2002년 6월 KTF배에서도 이 3단의 2대1 역전승.

이 두 번의 패배는 유 9단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다. 특히 두 기전 모두 마지막 대국에서 필승의 승세를 구축하고도 끝내 역전패를 당했다. 유 9단으로선 이번 후지쓰배 결승마저 진다면 이 3단의 ‘봉’이 되는 셈. 이번에 우승한다면 ‘되(국내 기전)로 주고 말(세계대회)로 받게’ 돼 명예회복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3단은 ‘세계대회 첫 우승’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 절대 물러설 수 없다. 지난해 LG배 세계대회에서 이창호 9단에게 2연승후 3연패로 역전당한 뒤 처음으로 잡은 세계대회 우승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두 대국자의 역대 전적은 유 9단이 12승 9패로 앞서 있지만 2000년 이후엔 이 3단이 9승 7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올해 성적은 두 기사 모두 좋다. 이 3단은 36승 18패, 유 9단은 31승 13패. 유 9단은 7월에 거의 대국이 없었다. 이 3단은 7월 들어 이창호 9단을 2번 꺾은 것을 포함해 7승 2패의 호조를 보였으나 최근 3연패를 당하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두 기사의 대결은 평소 기풍답게 치열한 난타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텁고 유연하지만 결정적인 한방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유 9단과 실리에 민감하면서도 정확한 수읽기를 바탕으로 무지막지한 대마 사냥을 즐기는 이 3단의 대결은 관전자들로서는 흥미만점일 한판.

징크스라면 세계대회 준결승에서 이창호 9단을 꺾고 올라간 기사는 우승하지 못했다는 것. 과거 LG배에서 유창혁 9단이 그랬고 최근 삼성화재배에서 창하오 9단이 그랬다.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이 9단을 꺾은 이 3단이 이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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