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의 월가리포트]증시 힘빠지자 투자처 논쟁 후끈

  • 입력 2002년 8월 1일 17시 26분


하루 최고기온 평균치를 보면 7월은 뉴욕이, 8월은 서울이 더 높다. 요 며칠 사이엔 뉴욕이 몹시 더웠다. 뉴욕의 기온을 재는 곳은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다. 비키니 차림으로 햇볕을 즐기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이는 그 공원은 산속이나 해변 같은 느낌이다.

무더위 속 뉴욕 주가는 힘이 달리는 모습이지만 프로급 투자자들은 테마주를 찾아내 몇 달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헐값에 주식을 손에 넣는다. 미국 최대인 록히드 마틴을 비롯해 군수품 생산업체 주식이 그중 하나다. 병원주도 그렇다.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병원을 찾다보니 의료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경제 회복기엔 물자수송이 특히 많아진다는 점에서 물류산업 주식, 최근 많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담배주가 주목대상으로 꼽힌다.

주가가 몇 개월째 약세국면에서 허덕이자 마땅한 투자처에 관해 입씨름이 자주 벌어진다. 저금리인 데다 부동산값이 ‘아직도’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의 적기는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경제잡지 포천 최근호(8월12일자)는 ‘주식황제’ 빌 밀러와 ‘채권왕’ 빌 그로스의 싸움을 붙여놓았다. 레그 메이슨의 펀드매니저인 밀러씨는 11년 연속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상승률을 능가하는 수익률을 기록했고 핌코의 펀드매니저인 그로스씨는 10년 평균 8.3%의 수익률을 자랑한다. 다음은 이들의 주장 요지.

▽밀러씨〓1929년 대공황 때 30개월 하락, 1973∼74년엔 22개월 하락했는데 지금 22개월째다. 뮤추얼펀드 자금이탈, 개미투자자의 참여위축, 투기성 투자의 퇴조 등 ‘바닥 양상’이 뚜렷하다. S&P 500지수 기준으로 현재 22배 수준인 주가수익비율(PER)이 7∼10배쯤으로 떨어진다면 최고 투자시점이겠다. 상반기엔 주식이 채권에 졌지만 연간으로는 이길 것이고 지금부터 3∼4년간을 봐도 주식이 이긴다.

▽그로스씨〓지난 2년간에 이어 올해도 채권이 낫다. 좋은 채권은 수년간 4∼6%의 수익을 낳을 것이다. 모기지마켓은 안전하며 트리플A급은 6% 수익을 준다. 세계경제가 회복세이므로 이머징마켓의 회사채도 괜찮다. 주식은 낙심천만이다. 기업들이 주식투자를 꺼려 연금기금에 돈을 넣으면 주식은 더 좋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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