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대화만 성공하면 된다'더니

  • 입력 2002년 7월 24일 18시 05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그동안 김대중(金大中)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해 나가겠다고 말할 정도로 이 정책의 신봉자였다. 지난달 지방선거과정에서는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른 것은 다 잘못돼도 괜찮다는 식의 발언까지 했다.

그러던 노 후보가 종전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그제 일본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햇볕정책은 시행과정에서 몇가지 문제가 있고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 햇볕정책이라는 명칭도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쪽의 논리와 거의 같은 내용인데 과거 노 후보는 그런 주장에 강하게 반박을 해왔었다. 그가 갑자기 궤도를 수정한 과정과 배경이 궁금하다. 정치권에선 현 정부의 상징적 정책을 비판함으로써 김 대통령과의 차별화효과를 거두려는 정치적 계산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대북한관이 확고하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다. 국토가 남북으로 나뉜 분단현실에서 국가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의 대북관은 가장 중요한 소양 중 하나다. 결코 정략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대북관이 특별한 설명 없이 이처럼 가볍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불안하기만 하다.

사실상 현 정부의 맥을 잇는 노 후보의 햇볕정책 비판으로 청와대는 당황하고, 민주당은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후보가 기존의 당론과 거리가 먼 발언을 하는 것을 지켜 본 국민은 지금 민주당의 당론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북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노 후보 발언 후 그의 비서실장이 나서 “햇볕정책을 성숙시키자는 뜻”이라고 해명했다니 이것은 또 무슨 뜻인가. 말부터 던져놓고 문제가 생기면 측근이 나와 해명하는 노 후보 특유의 화법은 말바꾸기에 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 노 후보는 햇볕정책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 과정과 배경을 비롯해 자신의 대북관에 대한 구상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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