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여름리그 다크호스 우리은행

  • 입력 2002년 7월 9일 09시 32분


난 겨울리그에서 주전들의 잇따른 부상과 용병선수의 기량 미달로 4강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분루를 삼켜야했던 우리은행이 주전 선수들의 대폭적인 교체를 단행했다. 우리은행의 신 르네상스 시대를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제가 이 팀에 15년째 있는데, 이렇게 내 자신조차 몸살날 정도로 강력한 운동을 진행한 적은 처음이에요. 그 정도로 기억에 남을만큼 많은 훈련을 했습니다.”

지난 겨울리그 플레이오프 탈락의 아픔을 뒤로한 채 휴가까지 반납해가며 강훈을 이끌어온 박명수 우리은행 감독은 여느 때보다 전의에 불타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금융 라이벌 국민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을 지켜보며 금융 명가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던 우리은행은 눈물겨운 강훈으로 올 여름리그를 준비해왔다.

우선 겨울리그에서의 실패가 용병 센터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 브라질 대표팀 센터 출신의 올리베이라(2m)를 전격 영입해 기존의 이종애와 함께 막강 트윈 타워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시드니올림픽 3-4위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한국을 누르는데 큰 수훈을 세웠던 올리베이라의 강렬한 인상은 아직까지도 한국 농구팬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각인되어 있을 정도다.

박명수 감독의 3개월여에 걸친 끈질긴 설득 끝에 한국 무대에 뛰어들었다는 올리베이라는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답게 훈련은 물론 모범적인 합숙 생활로 국내 선수들을 독려, 팀 분위기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또 한명의 용병 네덜란드 출신의 마로스(198cm) 역시 “시즌때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태세다.

우리은행은 지난 겨울리그를 끝마치고 주전으로 활약했던 김화영, 박순양을 정리하고,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국가대표 발탁 이후 한 단계 성숙한 홍현희를 비롯, 여고 때부터 천부적인 슛감각으로 주목받은 김은혜는 2년생으로서 당당히 팀의 주전 슈터 자리를 낙점받았다. 또한 서영경, 이연화 등 신예 선수들까지 거친 체력전을 전개하면서 시즌 개막만을 벼르고 있다.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얻은 주전급 선수의 전체 신장이 20여 센티가 높아졌다는 것도 우리은행의 커다란 강점이다.

"목표는 우승이다"

평소 지옥훈련을 시키기로 정평이 나있는 박명수 감독은 3단계 자체 강화훈련을 비롯, 한 달 동안 치른 일본 전지훈련까지 묵묵히 소화해 준 선수들에게 강한 믿음으로 화답했다.

실전에만 나가면 주눅부터 들었던 선수들도 이제는 그 어느 팀도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다. 부상의 악몽에서 몸부림쳤던 팀의 간판 조혜진과 이종애는 팀의 맏언니로 홀연히 일어섰고, 한없이 여리기만 했던 김은혜는 땀과 눈물 범벅이 된 볼을 잡으며 독기가 생겼다. 오로지 팀의 부활을 위해 흘린 땀방울들이었다.

“이제는 고생한 대가를 받을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은행이 이토록 호언하는데는 그동안 어느 팀보다 착실한 체력훈련을 쌓아 연일 계속되는 시합과 무더위에는 자신 있는데다, 특유의 짜임새 있는 수비가 견고함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팀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이었던 리딩 가드에 김나연이 부상을 털고 완전 재기에 성공, 팀 전력에 안정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회사측의 전폭적인 지지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은행은 오랜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한새 농구단이야말로 새로운 은행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주역으로서 위상을 떨쳐줄 것이라 믿고 있다.

“우리 금융지주의 이미지나 홍보를 위해서도 첫 번째 단추를 잘 끼워야겠다는 각오다. 부담감이 크지만 정면돌파해 나가겠다. 여름리그 목표는 우승이다.” 박명수 감독은 개개인의 맨파워는 약하지만, 올 여름리그를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만큼 프로 첫 우승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선수들의 각오 또한 마찬가지다. 선후배간의 똘똘 뭉친 신뢰와 희생, 우리은행이 올 여름리그에 뭔가 큰일을 치를 것만 같다.

[김희경기자]

제공:http://www.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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