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도적 활동에 밀출국 범죄라니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47분


중국이 탈북자 지원활동을 벌이다가 공안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목사 선교사와 한국계 미국인 목사 등 4명을 중형에 처할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발표는 매우 충격적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체포돼 이미 7개월 이상 장기구금 상태에 있는 천기원 전도사의 경우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을 것이라고 하니 이 문제가 또다시 한중 간 갈등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탈북자를 돕는 인도적 활동에 대해 중국 정부가 ‘밀출국’ 등의 혐의로 강경하게 처리하려는 것은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일이다.

중국 측의 조치는 최근 잇따른 탈북자들의 외국공관 진입사태에 대해 중국이 국내법을 내세워 비정부기구(NGO)를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물론 탈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국제문제로 비화된 탈북자 사안에 대해 중국이 자국법을 유일한 기준으로 외국인을 처벌하려는 것은 옳지 않은 자세다. 또다시 국제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가 유념하는 것은 중국이 최근 국제여론에 밀려 탈북자 24명을 우리 쪽에 인도하게 된 데 대한 보복으로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한중 갈등이 봉합된 직후 다시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 탈북자 문제에서 최선의 처리 기준은 당연히 인도주의 원칙이어야 하며 같은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NGO들의 행동 역시 인도주의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정부는 그동안 중국 측과 벌여온 비공개 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해 이번 일을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단 공개한 만큼 정부는 자국민 보호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다각적으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국에서 인도적 활동을 하다 체포된 자국민을 데려오는 일은 우리 정부가 얼마나 인도주의 원칙에 충실한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