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신화]<하>세계수준 지도자 없인 미래 없다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35분


왼쪽부터 핌 베어벡 코치, 레이먼드 베르하이옌 체력담당트레이너, 빌코 그리프트 물리치료사. [동아일보 자료사진]
왼쪽부터 핌 베어벡 코치, 레이먼드 베르하이옌 체력담당트레이너, 빌코 그리프트 물리치료사.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시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신화’를 창조해 전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축구. 지구촌 전역에서 몰려온 세계유수의 언론사 기자들은 물론 축구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국축구의 급성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이제 한국축구는 더 이상 ‘축구의 변방’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연 그럴까. 물론 23명의 태극전사들이 보여준 모습은 세계 무대에 내놔도 손색없는 전력이다. 그러나 한국축구 전반을 되돌아보면 아직 가야할 길이 너무나 멀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기자들이 항상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그동안 월드컵에 5번이나 출전해 단 한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한국축구가 과연 어떻게 월드컵 4강까지 올랐는가.” 고민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진짜 한국축구의 실력이 세계 수준으로 상승했기 때문일까. 그 답은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서 찾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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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지도자육성〓지난해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히딩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체력도 좋고 기술도 좋다.

게다가 투지 또한 넘쳐 흐른다”라며 월드컵 16강 진출이 문제 없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때 우리 지도자들은 “아무리 세계적인 명장이라도 1년반만에 한국축구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진 못할 것”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히딩크 감독은 1년6개월 대표팀을 조련해 월드컵 4강이란 신화를 창조했다. 한국 선수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진단한 뒤 한치의 오차 없는 처방을 내려 단 1년반만에 바꾸어 놓은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축구는 선수들 실력은 세계수준인데 지도자의 능력은 ‘우물안 개구리’였던 셈이다.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 지도자 교육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잘 가르쳐 줘 고맙습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스포츠과학은 필수〓대표팀의 한 코치는 “히딩크 감독이 훈련시키는 방법이 아주 좋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왜 그렇게 훈련시키는 지는 아직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국 지도자의 현실이다. 스포츠 과학을 접목한 훈련을 제대로 아는 지도자가 한국에는 드물다. 과거 자신들이 했던대로 가르치는 게 한국축구의 현실이다.

선진 축구는 스포츠 과학을 빼면 성공할 수가 없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축구강국의 대표팀에 따라 붙는 코치와 물리치료사, 심리학박사 등만 따져도 수십명이다. 그러나 우리는 히딩크 감독이 오기 전까지 감독과 코치 등 서너명이 대표팀을 이끌었다.

물론 이들도 한국축구가 어떻게 하면 발전하는 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훌륭한 지도자를 키워야 하는게 우선이다.

▽투자없이 결실없다〓히딩크 감독은 우리에게 또다른 교훈도 주고 있다. ‘투자’하면 ‘결실’인 생긴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그리고 대표팀 전력향상을 위해 엄청난돈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월드컵 4강을 이뤘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국가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이제 웅장한 축구전용구장 7개가 새로 생기는 등 축구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

이제 지도자 교육과 더불어 △프로축구 활성화 △유년과 초등,중등을 포함하는 유소년축구의 육성기반 마련 △심판과 축구 행정가 육성 등에도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할 때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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