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손욱/월드컵 기적을 경제 기적으로

  • 입력 2002년 6월 21일 18시 39분


2002년 6월 18일, 월드컵 8강 진출의 함성 앞에 우리 모두 놀랐다.

한국 축구대표팀을 강한 체력과 뛰어난 기량의 팀으로 환골탈태시켜 8강행 티켓을 거머쥐게 한 일등공신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그는 우리 민족의 잠재력을 발견해내고, 숨겨져 있던 기량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포문을 열어 주었다.

히딩크(Hiddink)는 그의 이름대로 ‘히든 코리아(Hidden-Korea)’를 찾아냈고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히딩크가 발견해낸 Hidden-Korea는 19세기 말 비숍 여사가 찾아낸 한민족의 무한한 가능성과도 일맥상통한다.

비숍 여사는 저서 ‘조선과 이웃나라들’에서 한국의 첫인상이 더럽고 무례하며 희망의 쪼가리도 찾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베리아에 이주한 한국인들의 근면 성실, 주체성, 독립심, 간난(艱難)을 이겨나가는 강인함과 당당한 모습을 통해 한국인의 잠재력을 발견한다. 한국인들의 나태, 의심, 노예근성 등은 부정부패의 관료정치, 불합리한 사회제도, 피(被)약탈자로서의 찌든 삶에 그 근본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지난 100년 우리는 정치 사회 제도 관습을 개선, 발전시키기 위하여 수많은 노력과 희생을 해 왔다. 이는 일찍이 비숍 여사가 발견한 한국인의 잠재력을 발휘할 토양을 갖추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이제는 우리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토양이 다져졌다. 과거 우리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의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민족이었으나, 이제 기칠기삼(氣七技三)의 민족이 되어 우리의 힘과 기량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활짝 열려 있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도 월드컵 승리의 길과 다를 것이 없다. 우리의 축구팀에 놀란 세계는 이제 우리의 기업에, 기술에, 인재들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법과 제도의 혁신을 통한 신뢰문화 형성이 필요하다.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이 공정하고 모든 선수들이 룰을 올바로 지키지 않으면 멋진 경기를 연출할 수 없듯이, 민주사회와 시장경제의 질서와 룰을 확립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다.

또 하나는, 인재를 알아보는 히딩크와 같은 리더이다. 중국 고사(古事)에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얘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명마를 팔러 나왔으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자 말의 전문가인 백락을 찾아가 한번만 봐 달라고 부탁했다. 백락이 말을 보고 ‘좋은 말인데 아깝다’는 표정을 짓자 모두가 사려고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좋은 말도 알아보는 이가 없으면 허사이듯, 현자(賢者)도 자기를 알아주는 지우(知遇)를 만나야 가치를 발휘한다는 뜻이리라.

우리에게는 사실 천리마 같은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있다. 뛰어난 인재를 알아보고 더 큰 인재로 키워내는 지혜로운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스스로 자신의 ‘유전인자’ 안에 감추어져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에 눈을 떠야 한다. 이제 자기 자신의 머리와 가슴 속에 감춰진 천리마로서의 능력을 찾아내 마음껏 도전하고, 스스로 새 역사의 일꾼이 되어야 한다.

월드컵은 곧 막을 내린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월드컵을 통하여 일깨워진 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한국인 속에, 우리 개개인 속에 감추어진 잠재력을 찾아내고 꽃피워 선진 한국의 꿈을 이루어가는 일이다.

손욱 삼성종합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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