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homme?)다. 번역판 제목과 원제를 살펴보면 책이 가진 의도는 대강 드러난다. 실험과 검증을 통해, 통찰과 사색을 통해 각각 세상을 파악해 온 ‘과학’과 ‘철학’ 이 대화를 통해 인간의 참모습을 파악하고자 한 시도다.
책 머리말에 제기되는 물음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왜 이처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잘 유지되고 있는 지식을 공유하려고 애쓰는가?’ 거기에는 최근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해 제기되고 있는 생명윤리적 물음들이 바탕이 되고 있다.
유력한 두 학문이 각기 다른 판정을 내놓는 한, ‘인간의 이익을 위한 다른 종(種)의 희생을 얼마나 용납할 수 있나?’ ‘용납할 수 있다면, 그것을 용납하게 만드는 인간의 특질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은 영원히 판결로 수렴되지 않은 채 지식의 법정 안에서 티격태격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생물학자인 뱅상은 인간의 동물성을 간과한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를 탐구할 때 인간의 본질이 규명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철학자인 페리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더욱 강조하며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기준이 바로 ‘자유의지’ 에 있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이 각각 ‘외곬수 과학만능주의자’나 ‘비타협적 철학지상주의자’였다면 논의는 더 간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로의 명제들이 가진 가능성을 수용한 뒤 되받아 치는 ‘다가가기’식 지적(知的) 인파이팅이기에 독자에게는 더욱 많은 긴장이 요구된다.
두 저자가 프랑스 정부의 교과과정 심의회에 참여, 수행한 공동연구를 더욱 진전시킨 결과물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