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보선 후 재경선하자'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32분


민주당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어제 당 일부의 대통령후보 사퇴 요구에 대해 “8·8 재·보선 이후 원점에서 후보 경선을 다시 해도 좋다”고 한 제의는 현재의 당 내분을 정면 돌파해 나가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 같다. 그러나 노 후보의 그 같은 제의는 몇 가지 점에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6·13 지방선거 참패와 노 후보의 인기 하락으로 야기된 민주당 내분은 민주당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당내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민주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며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을 치렀다. 그런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가 두 달도 되지 않아 “재경선을 해도 좋다”고 하니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노 후보는 당초 부산과 울산 그리고 경남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한 곳도 승리하지 못하면 재신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서 지금은 재신임을 물어야 할 때이고 국민은 그 재신임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설득력 있게 진행되는지를 지켜볼 시기다. 그럼에도 노 후보는 8·8 재·보선의 승패를 조건으로 내걸고 재신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재경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당장 전당대회를 열어 재신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8·8 재·보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먼저 재보선에 전력을 다한 후 거취를 정하겠다고 한다. 말하자면 노 후보는 8·8 재·보선을 또 하나의 ‘정치적 고리’로 삼아 당의 구심점을 확보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어떻든 6·13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노 후보의 약속이 변질된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국민의 기대에 맞는 개혁을 해야 한다. 민의를 정확히 파악해 공당으로서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파당적 이익이나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행동을 계속하는 것은 민주당이 사는 길이 아니다. 노 후보의 재경선 방안 제의를 주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