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LG 팀최다 8연승 비결은… ‘김성근 수비야구’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17분


가히 도깨비팀으로 불릴 만하다.

지난 겨울 주전선수의 연봉협상 갈등에 이어 시즌초 선수단내 불화설까지 불거지면서 최하위권을 헤맸던 LG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6일 기아와의 연속경기 1차전을 시작으로 최근 10경기에서 올시즌 팀 최다인 8연승(2무)을 달리며 단숨에 7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LG가 도깨비팀으로 불리는 이유는 기존의 팀 컬러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기 때문. 90년대 8개구단 최고의 좌타라인을 앞세운 스타군단으로 이름을 날렸던 LG는 올들어 전체를 위해선 개인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김성근식 수비야구’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이는 기록으로도 여실히 증명된다. LG는 공격에선 팀타율 0.251에 홈런 47개로 꼴찌 롯데(0.243, 43개)에 이어 7위지만 평균자책은 3.99로 두산(3.51)과 기아(3.91)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공격 각 부문에서 10위권에 드는 타자는 출루율 선두인 김재현 1명에 불과하다. 눈에 띄는 선발투수가 5승4패의 만자니오밖에 없다는 것도 이채롭다. 이제 스타는 사라지고 밀알만 남은 것이다.

하지만 LG는 불펜 하나 만큼은 최강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돌아온 이상훈이 3구원승 5세이브의 불패행진을 하고 있고 이동현 장문석이 이끄는 중간계투진은 두텁기 짝이 없다.

중심타선도 완전히 얼굴이 바뀌었다. 이병규가 톱타자로 올라가고 유지현이 하위타순으로 밀린 대신 3번에 신인 박용택, 4번 마르티네스, 5번 김재현으로 클린업트리오를 짰다. 그나마 상대 투수에 따라 매일 타순이 바뀐다.

이는 곧바로 김성근감독의 팀 운영철학과 일치한다. 상대에 따른 가장 적절한 타자를 기용함과 동시에 영원한 주전도 없지만 누구에게나 주전의 기회는 열려있다는 것을 선수들에게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역대 프로야구 감독중 가장 많은 5개팀을 거치며 태평양과 쌍방울의 하위팀 돌풍을 일으켰지만 한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아보지 못한 김성근감독. 그의 올시즌 성적표는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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