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재신임 절차를 밟을지는 전적으로 민주당이 결정할 문제다. 국민은 민주당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보고 평가를 내릴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든 그것이 형식적인 ‘통과의례’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담아내는 방식이 아니면 국민은 또 한번 실망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아들 문제 등 권력비리에 대한 냉정한 응징인 만큼 노 후보는 재신임 과정에서 권력비리에 얼마나 단호하게 선을 그을 것인지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또 선거과정에서 공당의 대통령후보답게 품위를 잃지 않고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선거운동을 했는지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노 후보는 재신임 과정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원점에서 시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도 반성하고 참회한다는 말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진실하게 행동으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민주당 안에는 지금 선거 결과를 놓고 지도부 인책론, 제2의 당 쇄신론 등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당내부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당이 정말 달라지고 있다는 모습을 하루빨리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 대통령과 청와대가 임기 중 ‘아들 비리’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 문제를 깨끗이 청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지금까지처럼 대통령이 탈당했다는 얘기만 되뇐다면 지방선거가 주는 교훈은 간 곳 없이 양쪽 모두 또 한번 불행한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