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후보, 진정한 재신임 받으려면

  • 입력 2002년 6월 15일 01시 37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어제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대통령후보직에 대한 재신임을 받겠다고 한 것은 경선 과정에서 그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그의 자세는 지난날 식언을 일삼아오던 정치인들에 비추어 보면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노 후보는 “국민 여러분의 채찍질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재신임의 절차와 방식은 당에 일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재신임 절차를 밟을지는 전적으로 민주당이 결정할 문제다. 국민은 민주당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보고 평가를 내릴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든 그것이 형식적인 ‘통과의례’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담아내는 방식이 아니면 국민은 또 한번 실망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아들 문제 등 권력비리에 대한 냉정한 응징인 만큼 노 후보는 재신임 과정에서 권력비리에 얼마나 단호하게 선을 그을 것인지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또 선거과정에서 공당의 대통령후보답게 품위를 잃지 않고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선거운동을 했는지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노 후보는 재신임 과정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원점에서 시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도 반성하고 참회한다는 말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진실하게 행동으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민주당 안에는 지금 선거 결과를 놓고 지도부 인책론, 제2의 당 쇄신론 등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당내부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당이 정말 달라지고 있다는 모습을 하루빨리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 대통령과 청와대가 임기 중 ‘아들 비리’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 문제를 깨끗이 청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지금까지처럼 대통령이 탈당했다는 얘기만 되뇐다면 지방선거가 주는 교훈은 간 곳 없이 양쪽 모두 또 한번 불행한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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