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홍권희의 월가리포트]'약한 달러'의 그늘

  • 입력 2002년 6월 13일 21시 42분


마샤 스튜어트는 TV에 자주 나와 행복한 가정을 연출하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가정용품 등도 파는 ‘마샤 스튜어트 옴니미디어’의 최고경영자(CEO)인 그녀가 작년 말 생명공학회사 임클론 주식을 내다 판 것이 스캔들로 번질 조짐이다.

임클론은 획기적인 결장암 치료제 어비턱스를 개발해 작년 뉴욕증시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미 식품의약국(FDA)은 12월28일 이 약의 승인을 거절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스튜어트씨는 FDA의 발표 전날 임클론 주식 3928주를 주당 58달러에 팔았다. 그로부터 약 6개월 후인 12일 주가는 7.83달러.

스튜어트씨는 지난달 물러난 임클론의 전 CEO 새뮤얼 와크살의 오랜 친구다. 와크살씨는 12일 미 연방수사국(FBI)에 내부자거래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FDA의 승인거절 정보를 발표 이틀전 입수하고 가족들에게 연락해 사흘간 1900만달러어치를 팔아버리도록 했다는 것. “주식거래원에게 ‘주가가 6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팔아달라’고 부탁해놓았는데 그날 그렇게 된 것일 뿐”이라는 스튜어트씨의 해명이 내부자거래 의혹을 털어버릴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월가(街)는 이번 일로 또 뒤숭숭하다. 주가는 한달 째 약세장을 연출한 끝에 올 최저 수준에 와있다. 지수 그래프는 4시 방향으로 치달아 ‘9·11’테러 직후보다 5∼15% 높은 수준. 미국 경제는 살아난다는 데 주가는 왜 이렇게 허우적댈까.

주범은 약 10년 만의 ‘약한 달러’다. 달러가 미국에서 달아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의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세계를 이끌고 세계 자본이 미국으로 흘러 들어오고 미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하는 강한 달러의 선순환 구조가 깨졌다”고 평가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여전히 “외국 주식을 사라”고 외친다.

투자자산관리회사 사장 스티브 루트홀드도 시장을 좋지 않게 본다. 그는 오랫동안 비관론을 펴오다 작년 2월 경제회복을 근거로 낙관론으로 돌아선 인물. “2주 전 시장전망을 긍정에서 중립으로 바꿨다. 주식비중은 60%에서 50%로 낮췄다. 달러는 약세이고 이자율은 오르기 시작했고 인플레도 바닥에서 기어 나오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아직 높은 수준이고 대형주는 20∼30% 더 떨어질 수 있다. 다만 경기회복기에 주가는 오르니까 주식투자를 계속한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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