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화제]프랑스 “선수 좀 꿔줘요”

  • 입력 2002년 5월 27일 23시 57분


“선수 좀 빌려줘요.”

프랑스축구대표팀이 26일 한국과 예상외의 격전을 치른 후 홍역을 앓고 있다.

간판 스타 지네딘 지단이 경기 도중 왼쪽 허벅지 부상을 해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한 데다 주전 선수들도 체력을 지나치게 소진해 컨디션 회복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프랑스는 27일 오후 구리 LG챔피언스파크에서 가진 프로축구 안양 LG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한국전에 뛰었던 선수들이 녹초가 돼 교체 멤버가 없다”며 “선수 세 명을 꿔 달라”는 긴급 ‘SOS’를 쳤다.

안양은 이에 따라 프로 2년차로 오른쪽 날개인 안성훈과 올 시즌 중졸 신인 한동원, 안상현을 프랑스대표팀에 임대(?)했다.

이날 프랑스 로제 르메르 감독은 한국전에 교체 투입됐던 선수들을 위주로 안양 LG와 30분씩 세 차례 연습경기를 가졌다. 프랑스대표팀에 임대된 안성훈은 이날 선발 멤버로 뛰며 앙리, 시세 등 프랑스 스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영광을 안았다.

조광래 안양 감독은 히카르도, 마르코, 안드레, 한정화, 최원권, 신의손 등 정예 멤버를 총출동시켜 최강팀과의 연습 경기를 즐겼다.

경기는 다소 느슨하게 전개된 가운데 양팀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시작하자마자 시세가 오른쪽 구석에서 올린 볼을 앙리가 차 넣어 프랑스가 선취골을 기록했고 불과 5분여 만에 안양 히카르도가 날카로운 왼쪽 센터링으로 상대의 자살골을 유도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골키퍼 바르테즈를 비롯해 트레제게, 조르카에프, 드사이, 빌토르드, 리자라쥐, 르뵈프 등 한국전에 출전했던 11명의 주전 선수들이 옆 그라운드에서 달리기와 스트레칭으로 컨디션 회복에 집중했다.

주장 마르셀 드사이는 앞서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전반이 끝난 후 화가 나 있지는 않았지만 동료 선수들에게 정신차리고 열심히 하자, 한국에 질 순 없지 않느냐고 다그쳤다”며 긴박했던 한국전 상황을 설명했다. 무쇠 체력으로 담금질 된 태극 전사들의 힘은 최강 프랑스의 다리를 이처럼 후들거리게 하고 있었다.구리〓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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