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증시]베트남 증시 “미래에 투자하세요”

  • 입력 2002년 5월 27일 17시 29분


23일 오전 베트남의 호치민시에 있는 호치민증권거래소 옆 BVSC증권사 1층.

비좁은 객장에 50여명의 투자자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며 전광판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한국의 여느 객장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전광판에 이름이 오른 상장 주식은 17개 종목뿐이고 주문 시간도 평일 오전 9시부터 단 한시간 동안이다.

주문 시간에는 주가가 오르내리지도 않는다. 이곳 거래소는 한국 증시의 동시호가 방식처럼 일단 모든 투자자의 주문을 다 받은 다음 오전 10시 가격을 결정하고 장을 마친다.

같은 시간 거래소 1층 트레이딩 플로어에서는 총 8개 증권사가 파견한 직원 20여명이 본사에서 쏟아지는 주문을 전화와 팩스로 받아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었다. 증권사 직원이나 투자자의 컴퓨터 주문이 곧바로 거래소 호스트 컴퓨터에 입력되는 한국과는 달리 이곳 거래소는 아직 ‘반자동’이다.

2000년 7월 한국증권거래소와 국제협력단의 지원으로 문을 연 호치민증권거래소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거래량은 40만∼50만주이고 상장된 채권은 베트남산업개발은행채권 단 한 종목이다. 개인투자자는 1만여명 정도로 추정된다.

투자자 휴(37)는 “투자란 원래 경제와 기업 상황을 잘 살피고 하는 것인데 우리 투자자들은 아직 전문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기택 증권거래소 신흥시장지원단장은 “미래를 바라보는 투자자나 증권회사라면 베트남 증시는 지금 진출해 자리를 잡아놓을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베트남 무역협정(BTA)’이 체결됨에 따라 베트남 기업과 이곳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베트남 정부도 2010년까지 모든 외국인 투자를 전면 개방하고 올해 말까지 30개 기업을 상장시키는 등 자본시장을 계속 넓혀갈 계획이다.

잔덕싱 호치민증권거래소장(47)은 “한국 등 외국 투자 기업의 상장도 적극 허용할 방침이며 한국 증권사들의 진출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호치민〓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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