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다시 얼굴 편 트루시에…관중에 일본말로 인사

  • 입력 2002년 5월 26일 18시 51분


트루시에 일본대표팀 감독이 스웨덴과의 평가전에 앞서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트루시에 일본대표팀 감독이 스웨덴과의 평가전에 앞서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미나상 곤방와 와르도카푸 잇쇼니 감바리마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월드컵, 함께 잘해봅시다).’

프랑스출신 필리프 트루시에(47)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밤 도쿄 요요기국립경기장 그라운드에서 마이크를 통해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5000여 관중에게 이렇게 외치자 금세 스탠드가 무너질 것 같은 관중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트루시에! 닛폰! 트루시에! 닛폰!’

일본 축구팬은 일본팀의 메인 칼러인 청색 셔츠를 입고 청색 손수건을 미친 듯 흔들어 대면서 트루시에 감독과 일본을 연호하며 열광했다.

그동안 짜증과 신경질이 반반이었던 트루시에의 얼굴은 여유와 자신감으로 넘쳤다.

트루시에 감독의 ‘기(氣)’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인가.

일본 대표팀이 A매치에서 지난해 말 부터 올해 4월 사이 잇따라 좋은 성적을 올리자 인기가 동반상승했던 트루시에 감독. 그러나 5월 들어 평가전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트루시에 감독의 짜증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인터뷰 거절, 기자회견장 불참, 선수단 탑승버스의 경찰 선도차 추월 지시 사건 등이 일어나자 일본 언론매체는 기다렸다는 듯 이를 대서특필하며 그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그러던 트루시에 감독이 최종평가전과 일본어 인사를 계기로 일본 축구팬의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다시 얼굴을 환하게 폈다.

일본 팬이 열광한 것은 그가 이제까지 공식석상에서 일본어를 말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

26일 일본의 한 민간 TV 축구해설자는 트루시에 감독이 일본말을 한 데 대해 “그동안 회견장에서 프랑스말로만 하고 기분나쁜 질문이 나오면 아예 대답도 하지 않던 모습과는 달랐다”며 트루시에의 변신을 ‘언론과의 전쟁’을 끝내려는 화해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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