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눈치보다 폭행당한 해경

  • 입력 2002년 5월 20일 18시 05분


서해 우리 수역에서 불법 어로를 하던 중국 선원들이 해양경찰관들을 폭행하고 달아난 사건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국제적 범죄 행위다. 남의 나라 수역을 침범한 것도 모자라 법 집행을 하던 해경 6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중국 선원들은 해적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중국에 강력히 항의하고 범인의 엄중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

중국 선원은 양국간 어업협정을 위반하고 상대방 국가의 공권력을 향해 손도끼 칼 쇠파이프 등 각종 흉기를 휘둘렀는데도 해경관계자는 “외교분쟁이 생길 것 같아 중국 선원들에게 직접 발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경이 외교분쟁을 걱정할 정도로 당시 분위기가 한가한 상황이었나. 한중간에 외교 현안이 생길 때마다 지나치게 중국 눈치를 보는 정부의 태도가 해경에 영향을 미쳐 안이한 대응을 하게 했다면 그것도 중대한 문제다. 정부는 사건 해결 과정에서나마 중국에 당당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

중국 선원들이 격렬하게 저항했다지만 한 사람도 잡지 못하고 망신만 당한 해경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어업협정이 발효된 이후 적발되는 중국어선이 크게 늘고 있으며 중국 선원들이 반항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해경은 긴박한 상태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해야 할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위기대처 요령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망신을 당한 것이다. 평소에 한국 해경이 얼마나 만만했으면 중국 선원들이 그런 도발을 했을까. M16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중국 어선에 승선했다가 얻어맞은 뒤 황급히 도망치는 우리 해경의 모습에서 목숨을 걸고 바다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은 찾기 어렵다.

해경은 경비수역이 10배 이상 확장됐으나 함정과 항공기 등 장비가 모자라 단속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이번 불상사는 장비 부족이 아니라 느슨한 단속 의지와 작전 실패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해경은 이제라도 바다를 지키고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철저한 훈련과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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