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태극전사]<11>겁없는 막내 이천수

  • 입력 2002년 5월 19일 17시 46분


“대표팀에 존경하는 선배가 없습니다.” “월드컵 때 한국팀 첫 골은 내가 넣겠습니다.” “야구에는 박찬호 같은 월드 스타가 있는데 축구는 차범근 감독 이후 없어서 열받습니다.” “잉글랜드든 프랑스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만큼 보여주겠습니다.”

이천수(21·울산 현대)는 한국축구대표팀을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최선을 다하겠다거나, 열심히 하겠다는 식의 상투적인 말 대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감독이나 선배들에 대한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

당돌하다 싶을 정도로 거침없고 당당한 이천수의 성격은 그라운드에서도 그대로나타난다.선후배 간의 위계질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판단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경기 중에 성과 존칭을 빼고 이름만 부르게 했을 때 멈칫멈칫 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대표팀 막내 이천수는 열살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선배들에게 스스럼없이 ‘명보’, ‘태영’하고 불렀다.

이천수의 이 같은 당당함은 한국 선수들이 경기도 하기 전에 주눅부터 드는 유럽 팀과의 경기에서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2000년 5월 ‘발칸의 강호’ 유고와의 평가전에서 이천수는 자신 보다 한 뼘이나 큰 유고 수비수들을 상대로 빠른 스피드로 농락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최근 열린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도 왼쪽날개로 나서 빠른 스피드를 최대한 발휘하며 선취골을 넣어 골 폭발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천수는 타고난 승부근성으로도 유명하다. 대표팀 체력 훈련으로 실시하는 왕복 달리기에서 이천수는 끝까지 살아남는다. 허진 미디어 담당관은 “원래 체력이 강하기도 하지만 워낙 지는 걸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천수는 원래 오른발잡이지만 히딩크 감독이 이천수를 왼쪽날개로 기용하자 죽어라 왼발만 사용했다.

당당함과 승부근성으로 똘똘 뭉친 이천수. 고참들도 경기전 애국가가 나올 때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는 월드컵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이천수는?

△출생지〓인천

△생년월일〓1981년 7월 9일

△체격〓1m72,62㎏

△출신교 및 소속〓부평초-부평동중-부평고-고려대(2년 중퇴)-울산 현대

△A매치 데뷔〓2000년 4월 5일 아시안컵 1차예선 라오스전

△A매치 경력〓23경기 출장, 4득점

△가족〓부 이준만씨-모 박희야씨의 2남 중 막내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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