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자연스런 성행위'로… '마스터베이션의 역사'

  • 입력 2002년 5월 17일 17시 52분


마스터베이션의 역사/이시카와 히로요시 지음 김승일 옮김/260쪽 1만원 해냄

마스터베이션이라….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하고 꺼려진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특히 성담론에서 이중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아예 공개적인 논의조차 쉽지 않은 주제다. 이 책은 세계 최초로 마스터베이션의 유해론을 주장한 18세기 ‘오나니슴’ 출판 이후, 끈질기게 반(反)마스터베이션의 입장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다양한 역사적 문헌을 통해 추적한 책이다. 마스터베이션을 키워드로 성심리의 사회사를 살펴 보는 것이다.

저자인 이시카와 히로요시는 1997년 객원교수로 있던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18세기 스위스 의사 티소가 쓴 ‘오나니슴’과의 만남을 계기로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문헌 150여점을 읽게 된다. 이 자료들을 기초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마스터베이션 해악론의 고전인 ‘오나니아’(18세기 초·작자 미상)와 세계 최초 마스터베이션 연구서 ‘오나니슴’에서부터 프로이드와 그 제자들에 이르기까지 마스터베이션에 관한 다양한 시각들을 꼼꼼히 조사한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이 은밀한 주제에 대한 연구가 예상 외로 광범위하고 또 반마스터베이션의 역사가 의외로 끈질기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마스터베이션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는가는 개인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지만, 이에 대한 생각이 역사와 시대에 따라 크게 변화해 왔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19세기말까지만 해도 ‘마스터베이션〓정신병’이라는 등식이 성립해 징벌이 권장됐으며 외과수술, 몸에 물을 끼얹는 물요법, 식이요법, 방지기구 사용 등 다양한 치료법이 동원됐다.

마스터베이션을 평범한 인간의 행동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현대 성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엘리스(1859∼1937)에 이르러서이다. 최근 들어 미국의 의사들 중에는 마스터베이션이 ‘에이즈 시대에 가장 안전한 섹스’라고까지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악마의 유혹에 이끌린 악습’에서 ‘성적 표현의 일반형’ 또는 ‘자연스런 성 행위’로 인정되기까지 마스터베이션의 파란만장한 대역전 스토리를 읽다보면, 우리가 현재 알고있는 성의식을 비롯한 지식들도 시대나 문화환경에 따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는 지적 회의가 든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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