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문수/˝선생님이 제자에게 밥 퍼줘요˝

  • 입력 2002년 5월 15일 18시 59분


8일 가까운 제자가 경영하는 유스호스텔을 방문해 한가로이 정담을 나누고 있는데 서울 숭문중 수학여행단이 들어왔다. 옛말에 시골의 농번기에는 부지깽이도 뛴다는 말이 있듯이 나도 선생님들의 식단 준비를 거들어 주어야 도리인 것 같아 나섰다. 그런데 오랜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배식을 직접 하겠다며 자신들의 식단을 따로 차리지 말라고 했다. 30여년 간 교직생활을 통해 소풍이나 수학여행 때는 항상 학생들과는 따로 멋진 식사를 대접받았고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들이 위생장갑을 끼고 주방으로 들어가 직접 제자들에게 밥과 반찬을 일일이 집어 주시고, 다른 선생님들은 줄을 서서 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아 학생들 사이에서 정담을 나누며 식사하는 모습은 한 폭의 정겨운 그림을 본 것처럼 아름다웠다.

김문수 인천 남구 주안 8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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