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가까운 제자가 경영하는 유스호스텔을 방문해 한가로이 정담을 나누고 있는데 서울 숭문중 수학여행단이 들어왔다. 옛말에 시골의 농번기에는 부지깽이도 뛴다는 말이 있듯이 나도 선생님들의 식단 준비를 거들어 주어야 도리인 것 같아 나섰다. 그런데 오랜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배식을 직접 하겠다며 자신들의 식단을 따로 차리지 말라고 했다. 30여년 간 교직생활을 통해 소풍이나 수학여행 때는 항상 학생들과는 따로 멋진 식사를 대접받았고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들이 위생장갑을 끼고 주방으로 들어가 직접 제자들에게 밥과 반찬을 일일이 집어 주시고, 다른 선생님들은 줄을 서서 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아 학생들 사이에서 정담을 나누며 식사하는 모습은 한 폭의 정겨운 그림을 본 것처럼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