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모델하우스 도우미 4명이 귀띔하는 '체험 재테크'

  • 입력 2002년 5월 15일 15시 51분


모델하우스 도우미들이 지금까지 분양 현장에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나름대로의부동산 투자 전략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다.
모델하우스 도우미들이 지금까지 분양 현장에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나름대로의부동산 투자 전략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다.
“분양이 너무 잘 돼도 문제예요. 금방 일자리가 없어지거든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맞은 편. 주상복합건물인 대림 아크로리버 모델하우스에 모델같은 미녀 4명이 모였다. 훤칠한 키에 우아한 매너로 무장한 이들은 모델하우스를 찾는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아파트 구조나 청약 방법 등을 안내하는 도우미.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모델하우스를 찾는 수많은 고객을 접한 덕분에 부동산에 대한 식견은 전문가를 뺨친다. 모델하우스 분위기를 보고 개략적인 청약경쟁률을 맞추는 것은 물론 집값 동향을 점칠 정도다. 그들이 말하는 부동산 얘기를 엿들어봤다.

수진〓아무래도 분양권을 사야겠죠. 여기서 일한 경력도 벌써 6년째인데….

선주〓저도 마찬가지예요. 뜰 것 같은 아파트 분양권을 사 두는 게 가장 확실한 투자죠. 아는 언니가 지난해 상도동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벌써 2000만원이나 올랐어요.

승신〓저는 상가쪽을 노리겠어요. 동대문 밀레오레 옆에 뭔가 생긴다고 하더라구요. 솔깃해서 알아보기는 했지만 투자하기에는 아무래도 겁이 나네요.

현정〓1억원은 부동산시장에 뛰어들기에는 너무 작은 돈 아닌가요? 전 차라리 주식을 하겠어요. 그것도 철저하게 우량주만 살 거예요.

수진〓하지만 주식은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잖아요. 부동산은 손해를 봐도 은행 이자 수준이지 큰 손해는 보지 않아요.

선주〓아파트에 4번 청약을 했어요. 경쟁률 센 곳만 넣다보니 다 떨어졌지 뭐예요. 요즘 주위 도우미들은 오피스텔에 많이 투자해요. 하지만 역시 자본이 있어야 뭔가 하죠.

수진〓제가 직접 청약한 적은 없어요. 대신 뜰 것 같은 아파트가 미계약 물량으로 나오면 주위에 정보를 알려주는 편이죠. 저도 몇 번 (투자)해볼까 했지만, 왜 중이 제 머리 못 깎잖아요.

현정〓전 부동산에 투자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청약통장조차 없어요. 하지만 요즘 아파트 청약시장이 뜨기 때문에 곧 청약통장을 만들 거예요.

현정〓떴다방 칼부림을 봤어요. 공포 그 자체죠. 예전에 선착순 분양일 때 줄서기에서 시비가 붙어 칼부림이 났죠. 어떤 떴다방은 의자를 모아 체인으로 묶어놓고 자기가 줄 선 거라고 우기기도 했어요.

수진〓전 지난해 계약한 장애인 고객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젊은 여자분이었어요. 다리가 불편하신 분이라서 제가 계약서 들고 왔다갔다했죠. 두 달 후 그분이 모델하우스에 소포를 보냈더군요. 예쁜 스카프가 들어있더라구요. 가슴이 뿌듯하더군요.

현정〓3년 전 삼성동 타워팰리스 분양했을 때도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그 때 타워팰리스 분양에 대해 신문이나 방송에 전혀 광고를 하지 않았죠. 모델하우스도 예약을 한 손님들만 받았구요. 당시 평당분양가가 1800만원이었어요. 3년 전 평당분양가가 1800만원이면 정말 깜짝 놀랄만한 액수죠. 하지만 아무리 비싸도 살 사람은 다 사더라구요.

수진〓모델하우스 오픈하면 소품의 절반은 소리없이 사라져 버려요. 제발 눈으로만 보고 가시면 좋겠어요. 예전에 한 모델하우스에서 3번이나 도둑질한 사람이 경찰에 붙잡히는 것도 봤어요. 가방 거울 구두…. 뭐든지 다 집어가 버리죠.

선주〓요즘 아주머니들이 모델하우스에 많이 오세요. 대부분 재테크에 관심많은 교양있는 아주머니들이죠. 그런데 간혹 기념품 받으러 오는 아주머니도 계세요. 그런 아주머니는 사절입니다.

승신〓제가 설명할 때 끈적끈적한 눈길로 보는 손님이 가장 싫어요. 괜히 말 걸고 친한 척 하고. 그런 손님한테는 눈길을 주면 안돼요. 눈길 주면 계속 집적거리거든요.

현정〓전 꼬치꼬치 따지는 사람이 가장 싫어요. 제가 설명을 하면 꼭 시비를 걸 듯이 따져요. 어떤 때는 울고 싶어요.

선주〓요즘은 교통 편한 곳보다 녹지율이 높은 곳이 더 인기예요. 특히 40평형 이상 되는 단지는 대부분 공원이나 산책로를 끼고 있죠. 아파트를 사기 전에 녹지가 얼마나 풍부한지 꼭 보세요.

수진〓맞아요. 요즘 대크공법이라고 해서 주차장 위에 녹지를 만든 경우도 많아요.

현정〓아파트 자체보다 주변환경이 어떤지도 꼼꼼히 봐야죠. 앞으로 아파트 주변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 투자 포인트죠.

수진〓시공사와 시행사의 차이점을 아는 것도 중요해요. 정작 중요한 곳은 시행사죠. 시행사가 아무런 문제없이 가야 전체 분양도 확실하게 끝나죠. 하지만 요즘 고객들은 번듯한 건설사가 하는 시공사 이름만 보는 것 같아요. 시행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선주〓요즘 아파트를 사려면 수납공간을 제대로 보세요. 예전에는 네모난 방 안에 새 가구를 오밀조밀 넣었죠. 하지만 요즘은 옷장이나 수납장 등을 미리 만들어서 나오죠. 방과 거실이 훨씬 깨끗해져요.

수진〓경기 용인시 신봉지구 아파트가 가장 노른자위예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거든요.

현정〓한강변 아파트가 투자 포인트입니다. 경치도 좋고 위치도 좋고.

승신〓서초구 반포동 주공 3단지를 노려야죠. 재건축 분위기가 한창이잖아요.

선주〓저는 땅을 권유해 드리고 싶어요. 용인이나 광주 지역이 분명히 뜰 겁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 참가 도우미

▼이승신

24세. 서울 서초구 반포동. 3년 차로 4명 중 가장 신참. 눈물이 많은 여린 성격. 남자 친구는 도우미를 한 이후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하고 있음. 장래 희망은 사진작가.

▼이선주

28세. 서울 동작구 상도동. 도우미 경력 5년. 별명 분위기 요정. 키는 170cm. 분위기에 따라 주량이 변함. 기분 좋으면 소주1병도 문제 없음. 장래 희망은 고급 한정식집 사장.

▼김현정

27세. 서울 강남구 대치동. 5년 차. 거울을 자주 본다고 해서 별명이 거울 공주. 성격상 낯을 많이 가림. 일에 있어서는 완벽주의 추구. 장래 희망은 식당 관련 사업가. 주량은 맥주 1잔.

▼김수진

27세. 경기 용인시 구성읍. 6년 차. 장래 포부는 현모양처.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핵심 인사로 떠오르는 야망도 버리지 않고 있음. 술은 거의 못함. 호텔경영 공부 위해 1년간 캐나다 유학 경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