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황재성/이젠 몸 사릴때

  • 입력 2002년 5월 9일 17시 38분


황재성 / 경제부
황재성 / 경제부
경영학 용어에 지렛대 효과(레버리지·Leverage)라는 게 있다.

지렛대를 이용해 자기 힘보다 훨씬 무거운 돌을 들어올릴 수 있는 것처럼 은행 등에서 대출 받거나 다른 사람에게 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 높은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빌린 돈에서 발생하는 이자보다 빌린 돈을 투자해서 얻는 이익이 커야 한다는 전제가 바탕에 깔려 있다.

외환위기 전까지 한국 대기업들이 앞다퉈 금융기관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출을 받으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도 이런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부채비율이 높았던 기업들은 대부분 부도를 내거나 도산했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이자 부담이 급증한 반면 경기는 급속도로 위축돼 투자이익이 동반 추락한 때문이었다.

작년 한 해 부동산시장에는 ‘단군 이래 최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초저금리 현상이 1년 이상 지속되자 지렛대 효과를 기대한 묻지마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짭짤한 투자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집값이 엄청나게 폭등했고 오피스텔 주상복합아파트 등의 분양권 프리미엄도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기 조절을 위해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시중 금리는 꾸준히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부동산시장의 열기는 주춤해졌다. 전국의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아파트값은 수천만원씩 떨어지고 있다.

전세금과 분양권 프리미엄도 동반 하락 중이다.

계절적으로 비수기에 접어든 게 주원인이지만 재건축 규제 강화나 부동산가격 거품 붕괴론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이는 부동산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대출금 비중을 줄이고 더욱 신중한 투자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재성 경제부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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