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주전생존경쟁]⑽하토리

  • 입력 2002년 5월 7일 22시 03분


▼믿음직한 수비수▼

4월 17일에 열린 코스타리카전 후반 35분. 등번호 6번이 예정대로 터치라인에 서자 피치안의 대표선수들 얼굴에는 안도감이 맴돈다. 1-1 동점상황에 남은시간 10분.

하토리는 수비대형을 3백에서 4백으로 바꾸라는 트루시에 감독의 지시를 받고 피치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벤치의 지시를 전한 하토리는 좌측 사이드에 안정감을 불어 넣는다.

“더 빨리 경기에 나서고 싶었지만….”2월 복막염으로 긴급수술을 받고 3경기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선수 구성에 대해 이런 설명을 한 적이 있다. “경기시작과 동시에 뛰는 선수, 최후의 보루로 경기도중에 나가는 선수, 그리고 경기를 종합하여 정리하는 선수가 있다.” 하토리 만큼 수비, 수비형 미드필더, 왼쪽미드필더 등 위치를 가리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남은 시간, 점수차, 경기의 흐름을 머리 속에 넣고 실점을 막으며 시간을 보낸다.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존재를‘어필’하려 힘을 쏟지만 하토리는 태연하게 경기를 준비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 초조해도 어쩔 수 없다. 지난 3년간 나에 대한 모든 것을 감독에게 보여줬다. 내게는 월드컵에 나의 모든 것을 맞추는 것이 맞지 않는다. 내게 맞는 삶이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런 삶이다.”

장인(匠人)과 같은 말투다.“동료들이나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주변 일만 생각한다”는 발상. 적의 움직임에 유연하게 대응하여 공을 빼앗는 플레이는 흔들림이 없다. 공을 다루는 솜씨로만 따지면 자신보다 우수한 선수가 어림잡아 5만명은 있었던 고향 시미즈에서의 환경은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만들어 줬다.

4년전(프랑스 월드컵), 만능 수비수로서 기대받았덩 하토리지만 3경기 모두 벤치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보았다. 그때의 억울한 심정을 지울 순 없지만 지금 출전을 기다리는 표정은 밝다.

“베테랑에게는 경기에 뛰는 것 이외에도 다른 역할이 있을 것이다.” 합숙훈련에서는 젊은 선수들과 어울리고 새로 대표팀에 들어온 선수에게도 말을 건낸다. 경기후에 가장 먼저 하는 말도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했는지가 아니라 팀의 과제와 반성이다.

아마도 하토리에겐 이번 월드컵에서도 출전기회가 오지 않을 지 모른다. 하지만 하토리는 힘든 경기일수록,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빛이 나는 존재다.

▼하토리 도시히로

A매치 36경기 출장, 2득점.

73년 9월 23일 시즈오까현 시미즈출신.

178cm, 73kg.

시즈오까 동해대일고에서 동해대 진학 후 중퇴.

94년 이와다에 입단.

1대1에 강하고 견실, 유연한 수비력을 무기로 폭넓은 포지션을 소화함.

96년 애틀랜타올림픽, 98년 월드컵대표.

<아사히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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