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경기장]<4>대구 “전통문화 체험…
추억을 가져가세요”

  • 입력 2002년 5월 7일 17시 19분



“달구벌 사람들의 순박한 인간미에 푹 빠지도록 할 겁니다.”

2002 월드컵 민박(홈스테이)신청을 한 대구 토박이들이 손님 맞이 준비에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이들은 대구의 전통과 멋을 알리기 위해서 전통양식으로 집을 새로 단장하거나 향토음식을 준비중이다.또 외국인투숙객과의 언어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영어회화 서적과 씨름하며 때아닌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홈스테이 신청자인 황보규태씨(60·대구 수성구 만촌동)는 6월 4일부터 일주일간 자신의 집에 머물 미국인 가족 3명을 맞이한다.황보씨는 귀한손님들이 한국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최근 담장을 허물고 대신 벽면에 농악과 십장생 등이 담긴 민속화를 그려 놓았다.

마당엔 솟대와 장승 탈곡기 디딜방아 지게 등을 설치했으며 침실에는 원앙이불 죽부인 등과 골동품도 들여 놓았다.이들이 한국적 운치에 흠뻑 젖어 들도록 배려한 것.

주민 오정호씨(44·대구 수성구 매호동)는 민박을 하는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전통음식 맛을 보여주기 위해 산채비빔밥과 김치두부전 재첩국 불고기 물김치 등으로 식단표를 짜고 대추 인삼 구기자 등을 이용한 전통차도 준비하고 있다.

김학환씨(61·대구 수성구 매호동)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10여가구 주민들과 함께 공동민박가구를 구성,손님들을 맞이할 계획.김씨는 “외국인들이 한국 가정의 전통생활풍습을 체험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 윷놀이, 떡만들기, 감차담그기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교감을 지내다 퇴직한 김씨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요즘 1주일에 2번 주민들과 함께 영어회화 공부에도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대구시의 민박가구 신청자는 4월 말 현재 1039가구. 대구시는 민박을 하는 내 외국인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 거리를 선사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중이다

지역의 가장 큰 사찰인 동화사(桐華寺)는 내 외국인 100명이 머물면서 새벽예불, 참선, 탑돌이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템플스테이’를 준비중이다. 산사에서의 하룻밤은 평생의 추억거리.동화사측은 “방문객들이 선의 세계와 독특한 사찰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구 동구 미대동 농촌마을에서 ‘팜스테이’를 하는 내 외국인들은 농촌의 정서와 정취를 맛보면서 월드컵을 즐기는 케이스.

이 마을 정운석씨(51)는 “손님들이 불편없이 지내도록 하기 위해 동네 진입로를 정비하고 집집마다 도배를 새로 하는 등 청결과 위생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대구 중구 남성로 약전골목내 한방업소 주인들의 가정에서 민박을 하는 ‘한방스테이’도 관심거리.내외국인들은 약령시 전시관에서 민박을 하면서 한방다도와 한약재 썰기 등 한방체험을 하는 이벤트에 참가한다.

민박 신청자들은 ‘민박’을 국제적인 감각과 이해를 쌓고 대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빈틈 없이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는 신라와 가야의 찬란한 문화를 이어받고 조선의 성리학이 뿌리내려 영남의 선비문화가 꽃핀 도시.

대구사람들은 이제 ‘닫힌 가슴’을 열고 월드컵을 통해 ‘세계도시’로 화려하게 비상하는 날개 짓을 하고 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대구 경기 일정
날짜대진국비고FIFA랭킹
6월6일(목) 15:30덴마크;세네갈A조 예선20위:43위
6월8일(토) 15:30남아공:슬로베니아B조 예선36위:28위
6월10일(금) 15:30한국:미국D조 예선41위:13위
6월 29일(토) 20:003,4위전

▼‘월드컵 시티투어’ 무료 운영…6월1일부터 외국인 대상

월드컵 대회기간중 대구관광정보센터는 6월 1일부터 한달간 37인승 버스 3대로 ‘월드컵시티투어’를 실시한다. 이용자는 외국인으로 제한하며 요금은 무료.

시티투어에는 관광정보센터소속 통역안내원 박옥진(29) 박명혜(30) 김인혜(26)정주용씨(25) 등 ‘미녀 4인방’이 가이드로 나선다.

월드컵 시티투어 안내원들. 왼쪽부터 박옥진,박명해,김인혜 정주용씨. 뒤쪽은 운전기사 장재수씨.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오전 8시반 대구시내 호텔 입구에서 대기하는 투어버스에 오르면 20분 뒤 버스는 국립대구박물관에 도착한다.영남권에서 출토된 유물 1300여점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다음 도착지는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향교.중국과 성현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대성전(1601년 건립)과 옛 경상도 관찰사의 공덕을 기리는 기념비들이 눈길을 끈다.

점심시간이 되면 버스는 대구지역 먹자골목인 수성구 속칭 ‘들안길’로 향한다. 이 곳은 맛깔스런 지역의 향토음식(한정식)뿐만 아니라 뷔페 갈비집 횟집 국수 해장국 등 260여개의 전문식당이 다양한 메뉴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오후 투어의 첫 도착지는 대구 관광의 하이라이트인 ‘약전골목’.340년 전통의 약령시(藥令市)가 열리고 있는 이곳은 한약방 한의원 등 한방업소 350여개가 영업중이다.골목 중앙에 위치한 약령시 전시관에서는 6월5일부터 일주일간 ‘인삼특별전’이 열려 내 외국인들이 홍삼 백삼 등을 싸게 살 수 있고 한방진료 체질감별 등의 서비스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이어 투어버스는 시티투어의 종착지인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에 도착한다.이곳엔 포목 직물 의류 등 섬유관련 제품은 물론 그릇류 청과물 생활용품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6월 한달간 ‘월드컵세일’을 준비중이다.시간 여유가 있으면 대구 동북권에 위치한 동구 팔공산,동화사,불로동고분군,경주최씨 종가는 물론 서남권의 달성군 가창서원,비슬산 용연사,대구수목원 등을 둘러보면 된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아메리칸 차차차”…캠프워커 댄서팀 ‘미국의 춤’ 공연 예정

“6월 10일 대구에서 열리는 한국과 미국의 경기는 두 나라의 우정을 확인하는 마당이 됐으면 좋겠어요.”

대구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미국의 ‘춤’을 선보이겠다는 대구시 남구 봉덕동 미군 제20지원단(캠프워커)의 ‘아메리칸 댄서팀’. 10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일주일에 서너번씩 일과를 마친뒤 구내식당에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미국의 전통춤은 하와이, 타히티, 괌, 사모아에서 전해오는 것.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이들은 각자 출신지에 따라 전통춤을 준비하고 있다.

미군 제20지원단의 아메리칸 댄서팀이 부대안에서 미국의 전통춤을 선보이고 있다.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몸동작으로 괌의 전통춤을 보여줄 에버린 퀴나타(54)씨는 “누가 이기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리는 경기를 통해 두 팀이 경쟁하고 뭉치면서 전세계에 우정을 보여주는 게 월드컵 정신”이라고 말했다.

댄서팀의 리더를 맡은 퀴나타씨는 “괌의 춤은 고기잡이에 나갔던 남편을 부인이 마중하는 장면”이라며 “물고기처럼 허리를 움직이며 노를 저어 남편에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춤을 소개했다.

미국인과 결혼한뒤 98년 대구에 와 하와이 전통춤에 매료됐다는 은숙 정 로일랜드씨(40)는 “미국팀을 위해 춤으로 응원할 수 밖에 없지만 마음으로는 한국을 응원해야 하는 게 조금 고민”이라며 “경쾌한 하와이 춤은 한국인도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사모아 전통옷을 입고 춤을 추던 우투 레마파씨(48)는 월드컵은 게임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는 다른 민족을 알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춤 동작 하나하나가 파도 산 사랑 등을 표현하는 것처럼 경기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두 나라의 우정을 나타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경기가 열리는 날 미군 50여명도 대구경기장 입구에서 입장하는 미국팀 선수를 위해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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