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최경주 PGA우승 의미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41분


‘미국 PGA 1승〓미국 LPGA 10승.’

국내 골프전문가들은 최경주의 첫 우승 가치를 이렇게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미국 LPGA를 평가절하하거나 단순히 미국PGA 우승상금이 LPGA의 10배에 육박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PGA 무대는 그동안 국내 남자 프로골퍼들에게는 감히 오르지 못할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골프장과 골프인구가 한국의 10배를 훨씬 넘는 일본도 지금까지 두 차례(아오키 이사오, 마루야마 시게키)밖에 이뤄내지 못하는 등 한 세기를 훨씬 넘긴 미국 프로골프 역사에서 아시아 선수로 불과 세번째인 최경주의 우승은 백인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는 미국PGA 투어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타이거 우즈를 제외한다면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미국PGA 투어에서 이른바 ‘유색인종’이 이같은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이번 우승으로 돈방석에 앉게 된 것은 물론 투어에서의 신분에도 커다란 변화가 따르게 됐다.

우승상금 81만달러는 지난해 무려 29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총상금(80만326달러)을 단숨에 돌파한 것으로 현재 LPGA투어 상금 1위 아니카 소렌스탐의 올 시즌 누적액(56만6580달러)보다도 훨씬 많다.

이번 우승으로 2년간 PGA투어 출전을 보장받은 것은 지난 시즌까지 피 말리는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거나 상금 랭킹에 신경써야 했던 최경주로서는 급격한 신분상승을 한 셈이다.

또 그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감안할 때 머지않아 미국에 진출한 한국선수 중 가장 성공한 모델로 여겨지는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에 버금가는 인기와 상품성을 지닐 것으로 전망된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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