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류승하/남북 수자원 협력 급하다

  • 입력 2002년 5월 5일 19시 02분


‘북한강 상류에 들어서는 유역면적 2394㎢의 대규모 금강산댐은 실질적으로 연간 18.5억㎥의 하천수를 차단함으로써 하류의 생활용수 공업용수 공급은 물론 화천 춘천 팔당 등 하류 5개 발전소의 연간 3400만kWh의 발전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위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연적인 댐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이 문구는 1989년 정부가 작성한 평화의 댐 2단계 기본계획보고서에서 발췌한 것이다. 최근 언론에서 금강산댐 안전에 문제를 제기한 이후, 온 나라가 북한 금강산댐의 위험과 관련해 들끓고 있는 상황이 평화의 댐 건설이 시작되던 15, 16년 전과 너무나 흡사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금강산댐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이미 10여 년 전에 전문가들이 보고서를 통해 경고한 바 있는데도 말이다.

▼평화의 댐 보강공사 충실히▼

댐은 많은 물을 가두어 두기 때문에 안전에 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댐은 교량, 터널, 지하철 등 우리 주변에 많이 건설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 시설물과 달리 경험과 실험을 통해 안전이 확보된 공법만을 철저하게 적용하며 기본에 충실한 가장 보수적인 방법에 의해 건설되고 있다.

금강산댐 상공에서 인공위성이 촬영한 한 장의 사진은 이러한 댐 건설의 기본을 무시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완공 전에 물을 채운 것이다. 댐에는 홍수나 급작스러운 사고에 대비해 언제라도 저수지 수위를 낮출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수로(물을 빼는 수로) 같은 방류시설을 완성하기도 전에 물을 채우는 것은 여하한 경우에도 채택하지 않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금강산댐과 같이 흙과 돌로 만든 사력댐에서는 홍수로 인해 물이 댐을 넘쳐흐를 경우 곧바로 댐의 붕괴로 이어져 댐 자체의 치명적인 손상은 물론 하류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하나가 댐을 쌓는 방법이다. 사력댐에서는 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댐의 각 부위에 정해진 굵기의 축조재료를 사용하고 재료의 성질에 맞는 축조방법과 함께 전체를 고르게 쌓아 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금강산댐의 사진을 보면 저수지 쪽은 이미 높게 쌓은 반면 하류 쪽은 상당히 낮게 쌓은 것을 볼 수 있다. 만일 이러한 축조방법이 댐 길이 방향으로도 적용되었다면 매우 치명적인 결함을 가져올 수 있다. 사력댐은 쌓으면서 자체 무게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침하되어 단단해지게 된다. 그러나 서로 다른 높이와 속도로 쌓게 되면 이 경계면에 균열이 생기게 되고 누수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1월 금강산댐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많은 양의 흙탕물은 이러한 짐작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미 금강산댐은 안전하지 않으며 특히 금년 여름에 큰비가 내리면 곧바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1월 흙탕물 사건 이후 계속된 전문가들의 분석결과에 따라 금년 우기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금강산댐 붕괴에 대비해 정부는 현재 평화의 댐 몸체를 보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만일 건설교통부 발표와 같이 7일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경협추진위원회에서 북한이 우리 전문가와 공동으로 금강산댐의 안전에 대해 조사하고 금강산댐을 보강하는 데 합의한다면 신속히 이 합의사항을 시행해 금강산댐의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금년 우기의 위험까지는 제거되지 않으므로 현재 계획하고 있는 평화의 댐 몸체 보강공사는 충실히 시행해야 한다.

▼중소댐 건설 서둘러야▼

가장 시급한 현안인 금강산댐 안전 외에도 금강산댐으로 인해 줄어든 북한강 유역의 용수량 확보와 임진강 유역의 공동개발 등 수자원 분야에서도 북측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임진강 유역은 거의 매년 큰 홍수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역면적의 63%가 북한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효율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자원 개발에는 최소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다각적이고도 꾸준하게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북한강과 임진강의 효율적인 수자원관리를 위한 북한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이 지역에서 장래 예상되는 용수량 부족과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중소 규모의 댐들을 지속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이웃집 처녀 믿다가 장가 못 간다’는 속담과 같은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류승하 삼안건설기술공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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