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통령 탈당 진의 뭔가

  • 입력 2002년 5월 5일 18시 21분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집권당을 떠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 이번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곧 민주당을 탈당하리라는 보도다. 임기 말이면 어김없이 현직 대통령이 집권당을 탈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물론 대통령 탈당이 여야를 뛰어넘는 초당적 국정운영을 통해 국가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면 의미가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있을 경우 공명선거정착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경우 그 같은 의미와 거리가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정략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은 대통령 세 아들의 비리의혹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고 민심도 크게 멀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세 아들 문제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에게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크게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당을 선택함으로써 세 아들 비리의혹이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월드컵 시작 전에 세 아들 문제를 슬쩍 털고 가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결국 각종 게이트 등 대통령 주변의 비리의혹으로 조성된 현재의 불리한 정치적 상황을 미봉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에 불과한 것이다. 김 대통령으로서는 정치를 떠난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떤 ‘서류상의 조치’를 취해도 민주당은 김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그대로 잇는 당이다. 그것을 모를 유권자는 없을 것이다.

김 대통령의 탈당이 의미를 갖자면 세 아들 등 권력주변 비리에 대한 의혹 없는 철저한 수사와 조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내각 청와대비서실 국정원 검찰 등 권력기관도 여야가 공감할 만한 중립적 인사로 채워져야 한다.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김 대통령만 떠난다면 ‘위장탈당’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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