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후보 명분, 이런 것이었나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30분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당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부산시장 후보 공천권을 사실상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 위임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노 후보는 1990년 ‘3당 합당’ 이후 YS를 줄곧 비난해왔다. “국민의 뜻을 저버린 변절자”라는 등 험한 표현도 삼가지 않았다. 지난해 1월호 ‘신동아’ 인터뷰에서는 “YS가 영남에서 일부 정서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아무 계기도 명분도 없이 가서 도움이나 받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지금 노 후보는 자신이 위임한 부산시장후보 공천권에 대해 “(YS가) 의중(意中)을 주시려는지… 의중을 주시면 저는 성공”이라고 말한다.

이렇게까지 노 후보를 엎드리게 한 ‘명분’은 무엇일까. 노 후보가 주장하는 ‘정계개편을 통한 개혁연합’에 따른다면 분열된 민주화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 YS와 손을 잡는 것이 불가피하며, 특히 ‘YS 사람’을 부산시장에 당선시키는 것이야말로 ‘개혁연합’의 기폭제가 된다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명분이 아닌 ‘정략’일 뿐이다. 오로지 발등의 불인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래서는 노 후보의 정체성이 과연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3김 시대 종식’은 시대적 요구이고 지역할거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은 그 구체적인 명제다. 그런데 노 후보는 변화는커녕 거꾸로 가고 있다. ‘3김 시대’를 연장시키고 새로운 지역주의 전략에 기대고 있다. 그렇게 해서 ‘개혁연합’을 이룬들 그것이 나라와 국민에 무슨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 노 후보의 명분이 고작 이런 것이었다면 대단히 실망스럽다. 노 후보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국민검증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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