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美증시 요동 한국 조마조마

  • 입력 2002년 4월 28일 17시 28분


4월 마지막 주를 맞은 한국 증시는 불안한 마음으로 미국 증시와 외국인투자자의 행보를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다우존스지수 1만선과 나스닥지수 1700선을 깨며 지난주 장을 마감한 데다 최근 외국인의 매매가 한국 증시에 주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화에서 동조화로〓종합주가지수 937을 나타냈던 18일까지 한국과 미국 증시는 차별화 양상을 보였다. 나스닥지수는 내리고 외국인은 순매도를 계속했지만 한국 증시는 꾸준히 올랐다. 국내 기관투자가가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내며 지수를 올렸던 것.

그러나 기관의 힘이 다하면서 한미 증시가 다시 동조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정표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고객의 환매 요구는 커지고 자금 유입은 약해지면서 기관의 매수여력이 떨어졌다”며 “내국인의 시장지배력이 약해지자 외국인 매매가 지수에 큰 영향을 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락하는 미국 증시〓문제는 기관이 힘을 잃은 상황에서 미국 증시가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 26일(현지 시간) 나스닥지수는 49.81포인트(2.91%) 내린 1,663.89로 170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다우지수도 124.34포인트(1.24%) 빠진 9,910.72로 2월 말 이후 1만선이 다시 붕괴됐다. 올해 1·4분기 미국 경제가 5.8% 성장했다는 좋은 재료가 전해졌지만 일부 기업들이 실적이 나빠졌다는 소식이 증시에 더 큰 영향을 준 것.

김승식 삼성증권 증권조사팀장은 “거시적인 경제상황은 좋아지는데 미시적인 기업 수익은 줄어드는 괴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매 전망〓김장환 서울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국내 매매패턴은 나스닥시장 추이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외국인은 나스닥시장이 안정세를 나타낼 때까지는 한국 증시에서도 보수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홍석 한국투신증권 연구원도 “신흥시장의 주식 비중을 조정하고 있는 외국인은 아직 한국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주가지수 850선 이상에서는 매도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홍춘욱 굿모닝증권 과장은 “바닥권에 도착한 나스닥지수가 더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외국인의 위험 기피 심리가 강해 한국에서도 매도 강도는 줄이되 순매수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김승식 팀장은 “최근 한국 증시의 조정은 미국의 영향 탓도 있지만 잠시 숨을 고르는 성격도 강하다”며 “국내 경제와 증시의 여건이 좋아 중장기적으로는 한미 증시의 차별화 기조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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