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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25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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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정부기록보존소와 부산 서고를 둘러본 느낌은.
“부산 서고는 보존을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좋았고 대전 보존소 역시 시청각 자료를 보관하기 위한 적정온도(섭씨 0도)를 유지하고 있어 적합했다. 다만 다른 행정기관과 함께 건물을 나눠 쓰고 있는 대전의 경우 기록물을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건물을 마련하는게 좋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권 교체시 전직 대통령 관련 서류들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대통령 기록물을 어떻게 관리하나.
“미국도 초기 150년 동안은 임기가 끝난 대통령이 자신의 기록을 집으로 가져가면서 상당수 분실됐다. 또 닉슨 대통령이 자신의 기록 공개를 거부해 위기가 온 적이 있다. 이 때부터 상원 하원 등이 기록물 관리에 대한 연구에 신경을 쓰게 됐다. 대통령 재임시 기록은 공적 기록, 개인 기록, 정당활동 기록 등이 있는데 정당활동 기록은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관련 기록물을 물러날 때가 아니라 기록 생산 당시부터 명확하게 관리한다.”
피터슨 여사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내가 충고할 입장이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문서를 생산하고 보존하는 것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맞게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버 대통령 박물관에서 기록관으로 일하다 1975년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가 생각하는 기록물 보존 관리의 중요성은 무엇일까.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기록을 미래의 자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최근 컴퓨터 디스켓 등 전자 기록물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기록 관리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현재 한국 정부가 생산하는 기록의 70%가 전자적으로 생산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갈수록 기록의 전자화가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에 전자 자료의 보존 관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 종이에 비해 많은 비용이 들지만 계속 기존 자료를 변환시켜야 하고 관리 방안을 찾아야한다.”
피터슨 여사는 다음달 18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정부기록보존소 직원을 위해 기록물 관리 요령 등에 관해 강의할 계획이다. 여가시간에는 안면도 꽃 박람회 등을 둘러볼 예정이라는 그는 “내년 7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리는 ‘정치적 압력과 기록’이라는 심포지움에서 동구권 비밀경찰에 대한 논문 발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