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때 그이야기]제8회 잉글랜드 대회<하>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02분


북한 선수들이 강적 이탈리아를 꺾고 8강행을 확정지은 뒤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북한 선수들이 강적 이탈리아를 꺾고 8강행을 확정지은 뒤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의 연이은 깜짝 이변으로 세계 축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7월19일 미들스브러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이탈리아의 4조 예선 마지막경기. 북한은 1무1패였고 이탈리아는 1승1패였다. 이 경기에서 이긴 팀이 준준결승에 진출하게 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빗장수비’로 유명한 월드컵 2회 우승팀 이탈리아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예선에서 칠레와 비긴 뒤 “이탈리아를 꺾겠다”고 호언장담한 북한 명례연감독의 말이 사실로 증명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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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선 전반 35분 불가렐리가 발을 삐어 그라운드로 나간 게 치명타. 교체규정이 없었던 당시엔 퇴장당하면 그만이었다. 11대10의 수적 우세를 확보한 북한은 한봉진과 박두익의 빠른 발을 이용해 이탈리아 수비진을 교란하기 시작했고 전반 41분 박두익의 땅볼 슛으로 한골을 먼저 뽑아냈다. 후반전 이탈리아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북한이 1-0으로 승리해 8강 진출에 성공. 50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미국이 1-0으로 잉글랜드를 누른 이후 두 번째 대이변이었다.

이탈리아에 이어 수난을 당한 팀은 브라질. 26세로 물이 오를대로 오른 펠레를 앞세운 브라질은 예선리그 1승1패에서 에우세비오가 버틴 2연승의 포르투갈과 만나 1-3으로 어이없이 패했다. 최강국인 브라질과 이탈리아가 나란히 월드컵 첫 출전국인 포르투갈과 북한에 져탈락하는 믿기 힘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탈리아 선수단이 몰래 귀국하다 성난 팬으로부터 썩은 채소세례를 받던 날, 북한은 역시 ‘돌풍의 팀’인 포르투갈과 명승부를 펼쳤다. 경기시작 23초만에 박승진이 번개같이 한골을 성공시키더니 전반 21분과 22분에 추가골을 터뜨린 북한의 3-0 리드.

하지만 포르투갈엔 에우세비오가 있었다. 0-3으로 뒤진 상태에서 타고난 골잡이 에우세비오는 방심한 북한 골문을 헤집으며 무려 4골을 연달아 성공시켜 경기를 뒤집었다. 모잠비크 출신의 ‘검은 표범’ 에우세비오는 이 대회에서 9골로 득점왕에 올라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준결승에서 포르투갈을 물리치고 7월30일 웸블리구장에서 서독과 맞붙은 주최국 잉글랜드. ‘불러들인 적에겐 지지 않는다’는 잉글랜드는 2-2로 맞선 연장전에서 두고 두고 논란이 된 골로 승세를 잡았다. 연장 전반 10분 허스트가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때린 볼이 크로스바에 맞고 수직으로 떨어진 것. 서독은 튀어오른 공을 외곽으로 쳐냈으나 주심과 선심이 상의하더니 잉글랜드의 득점을 인정했다. 허스트는 연장 종료직전 또 한골을 성공시키며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첫 번째 선수가 됐고 4-2로 이긴 잉글랜드는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해 홈팬을 열광시켰다.

잉글랜드 월드컵은 전세계 30개국에 처음으로 위성중계가 이뤄짐으로써 월드컵이 세계적인 볼거리로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된 대회이기도 했다.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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