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직도 軍 폭력이라니

  • 입력 2002년 4월 23일 18시 19분


군대 내에서의 폭력행위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난주 해병대 2사단 소속 이모 일병이 고참의 상습 구타를 못 이겨 분신자살을 기도했다가 중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신세대 장병들로 인해 군대문화가 새롭게 바뀌었다고 하나 군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런 구태(舊態)가 벌어지고 있었다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일반 사회뿐만 아니라 상명하복(上命下服)을 생명으로 하는 군대에서도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병영 안에서 실시하는 단체기합도 교육 및 훈련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더욱이 개별적인 구타 및 가혹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허용돼선 안 된다. 그러나 이번에 분신자살을 기도한 이 일병의 경우 평소 상급자들로부터 잦은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고 하니 무엇보다 해당 부대 지휘관의 병력관리 소홀부터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에 사고를 낸 해병대 2사단은 지난달 은행강도 사건을 일으켰던 범인들이 잠입해 실탄 400발을 훔쳐간 바로 그 부대다. 그때에도 이 부대는 실탄 도난 사실을 숨겼다가 20여일 만에 적발됐는데 이번 분신사건도 일주일이나 뒤늦게 공개됐다. 일단 사고를 은폐하고 보겠다는 군 지휘관들의 사고방식도 한심스럽지만 어쩌다가 군 기강이 이렇게까지 해이해졌는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군 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지휘계통에 문제가 없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병역 의무가 유난히 강조되는 이 나라에서 군대 내 폭력은 국민의 의무를 외면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 특히 자녀를 군대에 보낸 국민이 느낄 불안감을 생각할 때 군 당국은 폭력행위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사고 예방이 중요하겠으나 일단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철저한 원인 규명 및 사후 처리를 통해 피해자 가족의 원성을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만이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군의 올바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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