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LA교민들의 ´홍걸 분노´

  • 동아일보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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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金弘傑)씨는 고단한 타향생활을 꾸려 가는 대부분의 미국 교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절망감을 안겨줬습니다.”
2년 전 가족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민 온 김모씨(46)는 22일 이렇게 잘라 말했다. 자신이 주차장 관리인으로 받는 월 2000달러 남짓한 월급과 코리아타운의 한인식당에서 일하는 아내의 월급 1500달러가 수입의 전부인 김씨는 “지난달부터 아르바이트에 나선 중학생 두 아들에게 최근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난감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뿐만 아니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씨를 둘러싼 각종 비리의혹 보도를 접하는 교민들은 한결같이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홍걸씨가 교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이미 지난해 호화생활 문제가 미국내 한인 언론에 보도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교민들은 “설마 그럴리가…” 하며 쉬 믿으려 하지 않았다. 친인척 비리로 홍역을 치른 전직 대통령의 전철을 김 대통령이 밟을 리 없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현재 교민사회의 허탈감은 더욱 깊다.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만나는 교민들은 모두 “유학생 신분의 홍걸씨가 100만달러에 달하는 호화주택을 구입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현지 한인 언론들도 연일 홍걸씨 문제를 보도하며 대통령 일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교민들은 “낯을 들고 다니기 부끄럽다”며 언급조차 꺼렸다.
이런 와중에서도 홍걸씨를 비롯한 관련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외부 접촉을 일절 끊고 은둔하고 있다. 팔로스버디스의 홍걸씨 호화주택의 철문은 며칠째 굳게 닫혀 있다.
이제는 홍걸씨가 직접 나서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한 교민의 말은 교민사회의 분노가 청와대와 김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로스앤젤레스에서>
윤상호기자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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