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송진흡/"건교부위에 서울시?"…주택시장 혼란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19분


송진흡 / 경제부
송진흡 / 경제부
‘건설교통부는 서울시 산하기관?’

요즘 건교부 주변에서 나도는 얘기다.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건교부가 최근 번번이 서울시에 정책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을 빗댄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달 초 양측이 시행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아파트 분양가 규제 문제. 아파트 분양가를 과도하게 책정한 업체에 대해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서울시와 자율화 기조를 깰 수 없다는 건교부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결과는 서울시의 완승. 집값 상승을 우려한 재정경제부가 건교부, 서울시, 국세청 등 관련 기관이 참가하는 대책회의를 열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교부가 인정한 주상복합건물이나 오피스텔의 사전 분양을 전면 금지시킨 것.

건교부 관계자는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법적 근거도 없이 오버하고 있는 서울시에 대해 대응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중앙정부 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망신을 당해 보복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문제는 이런 감정 싸움이 주택시장을 혼란으로 몰아간다는 점이다.

양측 모두 분양가를 간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원가 명세나 사전 분양에 대한 세부 기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서울시는 일단 ‘한 건’을 터뜨렸기 때문에 후속 조치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건교부도 서울시에 정책 주도권을 빼앗긴 불만 때문인지 손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은 적정 분양가가 어느 선에서 결정될지, 사전 분양의 기준이 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분양 시기를 늦추고 있다. 소비자들도 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내집 마련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정책이 오히려 주택시장 주체들에게 고통만 주고 있는 셈이다.

송진흡 경제부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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