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이미지를 팝니다＂…'이름짓기'는 과학

“요즘은 작명소에서 안 지어요.”

브랜드 네이밍(brand naming)이라는 생소한 산업이 뜨고 있다. 네이밍은 말 그대로 회사, 상표, 서비스의 이름을 지어주는 일.

최근까지 기업들이 상품 이름을 짓기 위해 애용한 수단은 직원 공모였다. 상품의 개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사주팔자처럼 해석해 작명소에서 상표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상표나 회사 이름은 기업의 미래 가치를 좌우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 네이밍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왜 브랜드 네이밍인가〓해마다 브랜드 가치를 조사해 발표하는 영국의 브랜드전문회사 인터브랜드는 지난해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를 689억5000만 달러로 발표했다. 이는 코카콜라 회사 유형 자산의 10배 이상.

브랜드 네이밍 회사인 인피니트 유승재 대리는 “기업가치가 곧 브랜드 가치로 인식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로케트 밧데리 브랜드를 사용하는데 수백 억 원의 돈을 지불하는 등 브랜드 자체가 투자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 소통이 빨라지고 기술의 차이도 점점 줄면서 웬만한 품질향상 아니고서는 품질로 제품 차별화를 해 낼 수 없자 이미지 상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 예전에는 브랜드가 다른 제품과의 혼동을 막아주는 ‘구분’ 정도로 기능했다면 요즘에는 튀기 위한 ‘차별’ 기능이 더 강조된다는 소리다.

유 대리는 “소비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 군에서 기억하는 브랜드는 대강 3,4개 정도가 최대인데 실제 제품 종류는 이보다 훨씬 많다”며 “결국 이 안에 들지 못하면 팔리지 않기 때문에 차별화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빈발하는 상표 분쟁 역시 이 분야를 키우는데 한몫 했다.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무수한 상표들이 등록돼 있어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무작정 브랜드를 짓고 사용했다가 큰코다치는 사례가 종종 생기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 네이밍은 언어에 대한 감각은 기본이고 마케팅 지식이나 상표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톡톡 튀는 창의력까지 골고루 갖춰야만 제대로 된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또 다른 브랜드 네이밍 회사인 브랜드메이저 서상희 이사는 “이제 브랜드를 짓기 위해서는 시장을 꿰뚫는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확장 일로의 브랜드 네이밍 시장〓한국에 브랜드 네이밍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는 20여 년 전. 80년대 초반 변리사 사무소에서 상표 검색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 분야가 국내에 상륙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시장이 본격적으로 생긴 것은 88올림픽 이후. 기업들이 앞다퉈 이미지통합(CI)에 나서면서 시장이 커졌다. 브랜드는 물론 로고 등 디자인을 개발하고 광고하는 브랜드 네이밍이 전문 분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다. 90년대 중후반 인터넷 열풍으로 인터넷 도메인 네이밍 전문업체가 문을 열어 시장이 많이 커졌지만 한국 브랜드 네이밍 산업은 10년 남짓한 신생 산업인 셈.

현재 네이밍 업체는 대략 30여 개 수준이며 이 가운데 5개정도(표 참조)가 주요 업체로 자리잡았다.

시장이 커가면서 브랜드 이름 개발 전문가인 ‘네이미스트’(namist)라는 신종 직업도 생겨났다. 올 2월 한 브랜드 네이밍 회사의 네이미스트 양성과정에 정원의 4배가 몰리는 등 인기도 높아가고 있다.

브랜드 이름을 지어주는 가격은 수백 만∼4000만원 가량. 대기업은 2000만 원대, 중소기업은 1000만원 이하로 통상 가격이 정해진다. 작년 한 해 동안 주요 네이밍 업체마다 70∼100개 정도의 신규 브랜드를 만들었으므로 이 시장을 통해 500∼600개의 브랜드가 나왔을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브랜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매년 10∼20%의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이 시장 규모는 대략 15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메타브랜딩 김민수 PR실장는 “올해 경기가 좋아지면서 기업들이 신규 사업 및 제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네이밍 시장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국내 주요 브랜드 네이밍 업체
업체	홈페이지
인피니트	www.infinite.co.kr
메타브랜딩	www.metabranding.com
인터브랜드 DC&A	www.interbrand.com
브랜드메이저	www.brandmajor.com
브랜드&컴퍼니	www.brandconsult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