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건강]현직 한의사의 오줌요법 책 논란

  • 입력 2002년 4월 5일 18시 39분


현직 한의사가 쓴 ‘기적을 일으키는 오줌요법’이란 책 때문에 한의학계와 양의학계에 ‘오줌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원광대 한의학과 출신 한의사 한형희씨(아로마벨한의원 원장)는 환자가 자신의 오줌을 마시면 당뇨 고혈압 암 간장병 뇌중풍 등을 예방하거나 고칠 수 있다는 책을 이론편과 사례편으로 나눠 이달 초 출간했다.

특히 사례편에는 K대 의대 신경외과 L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M박사, 서울의 명문여대 K교수, H대학 사회과학대학장 S교수, 경기 화성시의 K목사 등 각계 지도층 인사의 이름과 사례가 실려 있다.

오줌요법에 대한 언급은 동의보감에도 있고 일본에서 상당한 연구가 진행됐다. 현대의학에서도 오줌에서 추출한 성분을 이용해 항응고제와 혈전용해제로 쓰이는 유로키나제, 건피증 치료연고인 맥그란로션 등의 약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매몰자가 오줌을 마시고 버티다 살아나 화제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처럼 한의사가 오줌요법의 효능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오줌요법에 대해 한의학계는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허종회 전 한의사협회장(현대한의원 원장)은 “각종 문헌에 오줌요법 효능에 대한 기록이 있는 만큼 한의학 이론 가운데 하나로 볼 수도 있다”면서 “무조건 엉터리 이론이라고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양의학을 전공한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부정적이다. 이윤수 박사(청박비뇨기과 전문병원 원장)는 “오줌이 세균투성이의 더러운 물질인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일단 신체에서 걸러낸 노폐물인데다 치료효과 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특정질환에 잘 듣는 값싼 약이 많기 때문에 굳이 혐오감을 느껴가며 질병 치료에 필요한 성분을 섭취하기 위해 오줌을 그대로 마실 까닭이 없다는 것.

저자인 한씨는 책의 서문에서 “오줌을 마셨다고 고백하는 것만 해도 용기를 필요로 한다”면서 “오줌요법으로 병을 고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은 병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집필했다”고 밝혔다.

책을 펴낸 건강신문사의 안승천 사장도 “의학적인 논란을 떠나 실제로 오줌요법을 통해 병을 고친 사람이 있다면 소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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