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하교 시키는 경찰관들

  • 입력 2002년 4월 1일 14시 33분


이선진씨(왼쪽) 이윤하 순경
이선진씨(왼쪽) 이윤하 순경
“정말 고맙지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선 안돼는데….”

경북 울진군 원남면 매화종합고교 2학년 이선진(李善珍·22)씨는 요즘 학교에 다니는 게 즐겁다. 복학과 휴학을 반복하면서 언제 학교를 그만둘지 불안했지만 이제는 졸업에 자신이 생겼다.

이씨는 2000년 10월부터 학교 근처 파출소 직원들의 배려로 등하교를 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 반이면 원남파출소를 찾는다.

97년 고교에 진학한 뒤 오토바이를 타다 그만 사고가 나 5개월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야 했다. 가까스로 깨어났지만 2년 동안 움직일 수 없어 학교를 중단했다.

“몸 한쪽이 마비돼 학교 다니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1시간에 한 대씩 있는 버스를 기다리기가 힘들어 파출소에 가서 태워달라고 매달렸습니다.”

학교에서 이씨의 집까지는 10㎞. 파출소에 급한 일이 없으면 이윤하(李潤河·34) 순경은 순찰차에 이씨를 태우고 집으로 데려다 준다.

이 순경은 “처음엔 당돌하게 느껴졌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선진이가 어려운 환경에서 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 말했다.

최석준(崔石俊·54) 파출소장은 “직원 7명이 선진이와 가족처럼 지낸다” 며 “졸업할 때까지는 등하교를 돕겠다” 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 할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다. 아버지가 간암으로 병원에서 투병 중이라 어머니가 병원에 살다시피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마치면 성직자의 길을 가고 싶습니다. 한때 학교 다니기가 싫었지만 파출소 직원들이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많이해줘 큰 도움을 받았고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울진=이권효기자>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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