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등 "한국 가계빚 우려 수준"

  • 입력 2002년 3월 26일 18시 14분


국내 가계대출 급증에 따라 경제부처는 ‘아직 문제없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해외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콜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지만 해외 금융기관들은 ‘선제적’ 통화정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가계신용에 거품이 보인다’〓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6일 보고서에서 “한국의 가계신용에 거품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은행은 ‘거품 다시 오나(Bubbly Again?)’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 가계부채는 2001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62%(333조원)에서 올 연말에는 68%로 높아질 것”이라며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바닥권이지만 가계부채는 최고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가계신용 거품현상은 미국과 달리 원금상환이 계속 연기되는 근저당대출 제도와 부동산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직 은행들이 가계대출의 위험성을 느끼지 않지만 1997년 홍콩의 부동산가격 폭락 현상이 2002년 한국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 조절론 대두〓모건스탠리는 부동산 가격의 거품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유일한 수단이라며 과감하게 콜금리를 0.5%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만 브러더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유가 인하와 가계대출 증가로 내수가 살아나고 있고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한은이 4월에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CSFB증권은 2·4분기(4∼6월) 후반 또는 3·4분기에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상했다.

▽정부 주장과 반론들〓정부와 한은은 25일 금융정책협의회에서 “가계여신의 급증세는 문제이지만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했다. 연체율이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여신규모, 금융자산 증가율 등 여러 지표들이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

그러나 금융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은 △가계여신 증가가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거품을 만들어내며 시장을 왜곡하고 있고 △가계부문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저소득층에 대한 여신이 부실화하고 있어 고강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