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노무현 정면대결]李측 ˝지난 총선전 생수공장… ˝

  • 입력 2002년 3월 21일 23시 37분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후보와 노무현(盧武鉉) 후보 간의 후보검증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에게 밀리면서 공세로 전환한 이 후보측은 21일 하루종일 노 후보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이날 열린 KBS 춘천방송 주최 후보 TV토론회에서는 물론, 양측 언론특보들 간에도 흠집내기 공방이 계속됐다. 이 후보측은 심지어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노 후보의 정계개편론과 관련해 ‘음모론’을 제기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색깔 공방〓이 후보는 TV 토론회에서 노 후보를 향해 “상대를 너무 무자비하게 부정하고 폄하하는 것이 도처에서 보인다”며 “다른 사람의 가치를 전면 부정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융합해서 한차원 높은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측의 김윤수(金允秀) 특보는 더 나아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만난 한 교수의 입을 빌려 “노 고문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의 싸움을 ‘서민과 귀족싸움’이라고 했다는데 YS는 ‘부르주아에 대항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고 평했다더라”며 노 후보의 급진성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의 김기수(金基洙)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누구와 만나서도 그런 말을 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노 후보는 “이 후보가 나보고 ‘파괴적’이라고 했는데 내가 국회에 들어와 파괴적인 정치를 한 사례가 있느냐”고 따졌다.

노 후보측의 유종필(柳鍾珌) 언론특보도 “(이 후보측이) 한나라당과 똑같은 얘기를 한다”며 “색깔론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야당시절 수십년간 시달렸던 피눈물나는 일인데, 같은 당에서 이런 것을 활용해서야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재산 공방〓이 후보측은 “노 후보가 지난 총선직전 충북 옥천 생수공장을 인수했다는 설이 있고, 형이 상당한 부동산을 갖고 있는데 명의신탁 아닌가”라며 거듭 재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측은 또 “서민후보라는 노 후보가 체어맨 600S를 타고 다닌다”며 “참고로 이 후보는 에쿠스 3000을 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후보측은 “그런 주장을 담은 기사가 91년 주간조선에서 다뤄졌는데 우리가 소송을 제기해 200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았다”며 판결문 전문을 배포했고, “허위사실에 근거한 이런 공격을 계속하면 실정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노 후보측은 이어 “생수공장은 15대 총선 낙선 후 보증을 섰던 회사가 부도가 나 회사를 살리려고 5억5000만원을 투자한 것”이라며 “2000년 이 회사가 휴업해 자산가치가 없는 채권만 남아 지금은 손을 뗀 상태”라고 반박했다. 노후보측은 승용차 문제에 대해선 “대꾸할 가치를 못느낀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측은 이밖에도 “대전 경선 때는 ‘노사모’ 회원 270명이 리베라 유성호텔에서 잤다”고 공격했으나 노사모 측은 “명계남 회장 등 25명의 회원만 대전 경선 하루전인 16일 Y여관에서 숙박했다”며 이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언론관 공방〓이 후보는 TV토론에서 “언론개혁 당시 (노 후보는) ‘언론과의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측은 특히 과거 노 후보의 ‘조폭 언론’ 발언과 관련, “특정언론사를 주적으로 보고 ‘조폭’으로 규정하는 데 이는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똑같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언론의 공세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는 뜻이었다. 파괴, 급진, 과격이니 하는 것들은 악의적인 표현이다”며 “언론은 세무조사를 안 받아도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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