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게이트주범들의 대통령면담

  • 입력 2002년 3월 14일 17시 53분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의 주범 이씨가 2년 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만났던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김 대통령이 수지 김 살해범인 윤태식(尹泰植)씨를 만난 것과 함께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청와대는 관계부처 추천으로 이루어진 일이고 당시만 해도 잘 나가는 기업인이었다며 문제삼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나 이는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에 다녀온 날이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였던 이수동(李守東)씨에게 거액을 준 며칠 후이고, 이후 보물발굴사업 등 이씨의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는 점에서 여러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씨가 부렸을 위세가 짐작이 간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은 기업홍보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겠는가. 이는 이씨의 사업확장과 주가조작 등의 행각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고, 결과적으로 이용호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씨가 청와대에 초청된 데는 배경이 있었을 것이란 게 우리의 판단이다. 더욱이 대통령과 함께 헤드테이블에 앉았다면 권력측 인사의 영향력이 작용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행사에서 헤드테이블에 앉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기업연구소 5000개 돌파기념 다과회’의 5000번째 연구소 회장 자격이라지만 그 많은 연구소 중 5000번째로 등록된 과정 자체도 의문이다. 윤씨와 이씨가 대통령을 만난 시점이 2000년 초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혹시 같은 사람이 힘을 쓰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도 든다.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청와대도 솔직해져야 한다. 그동안 어물쩍 넘겨버린 윤씨의 대통령 면담 경위도 자세히 밝혀져야 한다. 도대체 살인범이거나 경제사범인 게이트의 주범들이 이처럼 쉽게 대통령을 만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이는 국기(國基) 문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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