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에 이수동씨 하수인 있나

  • 입력 2002년 3월 4일 18시 06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는 파고들수록 부패 커넥션이 얽히고 설켜 끝이 없는 미로로 빠져드는 느낌을 준다. 이수동(李守東) 아태재단 전 상임이사가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날 때부터 심상치 않은 일이 터질 것으로 예견되긴 했지만 마침내 검찰에 다시 대형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는 진술이 관련자로부터 나왔다.

이수동씨에게 이용호씨의 돈을 전해준 도승희(都勝喜)씨는 특검에서 검찰 고위 간부가 이수동씨에게 이용호 게이트 연루 혐의를 귀띔해주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실로 중대한 문제다. 수사기관의 간부가 형사 피의자에게 도피하거나 증거인멸할 여유를 준 것이다.

수사상황을 전해들은 이수동씨는 즉시 도씨에게 검찰에 불려나가면 진술을 잘 하라고 말해놓고 미국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증거인멸 행위에 해당한다. 작년 11월 9일 해외에 나갔다가 도씨가 수사를 받고 풀려난 뒤 귀국한 것은 사건의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만약에 이수동씨가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았다면 검찰 간부가 중요 범죄피의자의 해외 도피를 돕는 결과가 생길 뻔했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이용호씨로부터 도씨를 거쳐 이수동씨에게 흘러간 5000만원에 대해 “급료조로 내가 받아쓴 돈”이라는 도씨의 진술을 믿고 계좌추적을 하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다. 특검팀은 계좌추적을 통해 이용호씨로부터 나온 돈을 이수동씨가 받았고 도씨는 중간 전달자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막강한 수사팀을 갖춘 대검 중앙수사부가 이렇게 허점투성이의 수사로 독 안에 든 피의자를 풀어준 경위에 대해 명백한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검팀은 이수동씨에게 수사 정보를 흘려준 검찰 간부가 수사의 진행을 가로막는 차단막을 쳤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여야 한다. 이 정도의 힘을 갖춘 검찰 간부라면 핵심 고위직임에 틀림없다. 이 인물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특검에 부여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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