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알면 이긴다(8)]초기증세와 조기 진단

  • 입력 2002년 3월 3일 17시 31분


“달도 정복했는데 암 쯤이야….”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암 정복 사업에 매년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는 ‘국가 암 법’에 서명할 때 미국인들은 이같이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나 30년 뒤 이 생각은 오만이었음을 절감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아직 암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의 투자로 여러 가지 암의 치료율을 높였고 1990년대 들어 암 사망률이 처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또 암 연구 과정에서 얻은 과학적 성과로 생명공학산업의 맹주가 될 터전을 마련했다. 그러나 암 환자와 사망자 수가 뚝 떨어질 기미는 발견하기 어렵다. 그만큼 암은 녹록치 않다.

따라서 암을 예방하는 것도 단순하지 않다. 암의 원인은 원체 많기 때문에 정상 세포가 암 세포로 바뀌는 것을 막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2차 예방’인 조기 진단이 중요한 것이다.

지난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0년 중앙 암등록 현황’에 따르면 한국인의 5대 암은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순이다.

이 중 폐암은 조기발견도 완치도 어렵지만 나머지 4개 암은 조기 발견과 완치가 가능하다. 폐암은 담배를 끊으면 발병률을 90% 정도 낮출 수 있다.

▽암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암에 걸리면 인체는 미세한 신호를 보이기도 하지만 환자가 이 신호를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암으로 숨지고 암 사망자 4명 중 1명은 위암으로 숨지는데 위암 역시 소화가 잘 안되고 헛구역질이 나는 등 다른 위질환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날 뿐이다.<그래픽 참조>

폐암에 걸리면 기침 가래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나지만 이미 증세를 알아챘을 때는 상당히 진행된 뒤가 대부분. 간암도 황달 복통 증의 증세가 나타나면 이미 말기이다.

대장암은 초기에는 증세가 별로 없으며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암이 항문에서 가까우면 변비 혈변 등과 함께 변의 굵기가 작아지고, 멀면 설사 복통 빈혈 등의 증세가 나타날 따름이다. 특히 대장암의 혈변 증세는 치질의 증세와 비슷해서 몇 년 동안 치질약만 바르다가 뒤늦게 손쓸 수 없는 상태에서 병원에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암 조기진단의 방법〓자신의 신체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조그마한 변화라도 암과 연관됐다 싶으면 병원을 찾도록 해야 한다.

상당수 암은 전혀 신호를 보내지 않으므로 정기 진단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위암을 검사하는 위장조영술의 경우 다양한 새 진단법이 개발돼 있고 위내시경도 수면내시경 등 통증을 줄이는 방법으로 검사받으면 된다. 폐암은 아직 조기진단이 어렵지만 ‘나선형 컴퓨터단층촬영(CT)’의 도입으로 진단율 향상이 기대된다. 간암은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로 발병 여부를 알 수 있으며 대장암은 변검사 대장내시경 대장조영술 등으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유방암도 자가진단, 유방촬영 등으로 조기진단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세포의 형태와 세포에서 나오는 단백질 등을 분석하고 영상사진을 검토해서 암 여부를 판별하는데 100%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정상세포는 수 년에서 몇 십 년까지 서서히 암세포로 바뀌기 때문에 똑같은 세포에 대해 병리의사에 따라서는 암세포로 판정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직 암세포가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심지어 나라에 따라 똑같은 조직을 암 세포로 분류하기도, 정상세포로 분류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 번 검진받고 괜찮다며 몇 년 씩 방치해선 안된다. 몇 달 사이에 세포가 결정적으로 변화해서 암이 될 수도 있다.

종합검진의 경우 비용 문제 때문에 보다 정확한 고가의 검사법을 채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전적으로 믿고 암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도 안된다.

▽조기진단을 위한 노력〓과학자들은 조기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에 매달리고 있어 조만간 간편한 방법으로 정확히 암을 판별할 수 있을 듯하다.

현재 고해상도의 CT 사진을 연속으로 찍은 다음 이 사진을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 모니터를 통해 마치 내시경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여주는 ‘가상 내시경’은 실용화 직전 단계이다. 가상 내시경은 고통 없이 내시경처럼 정확히 장기 속을 볼 수 있는데다 내시경이 못보는 부분까지 볼 수 있다.

또 비디오 카메라, 안테나, 발광(發光) 장치 등이 장착된 알약처럼 생긴 ‘캡슐 내시경’을 삼키는 방법도 국내에 도입될 날이 멀지 않았다.

분자생물학의 발달에 힘입어 소량의 피를 뽑아서 암을 조기 진단하는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도움말〓서울대의대 일반외과 양한광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 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방법

◆ 위암

만성 위염 등 소화기 질환이 있으면 꾸준히 진료받으며 필요하면 암검사도 한다. 증세가 없어도 40대 이후는 1, 2년에 한 번씩 위 내시경 검사나 위조영술검사를 받도록 한다.

◆ 폐암

흡연자는 1년에 2회 이상 가슴 X-레이 사진을 찍고 가래세포검사를 받아야 한다. 45세 이상이고 하루 두 갑씩 20년 이상 피운 사람은 4개월마다에 한번씩 검사받는 게 좋다.

◆ 간암

B,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와 만성 간질환자는 4∼6개월마다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함께 받도록.

◆ 대장암

40세 이후에는 매년 1회씩 대변 잠혈(潛血) 검사를 받는다. 50세 이상이면 잠혈검사와 함께 매년 대장내시경 검사도 받아야. 가족 중 대장암 환자 있으면 이전부터 검진을 시작하는 게 좋다.

◆ 유방암

20세 이후 매달 자가 검진. 40세까지는 3년마다, 40세 이후는 매년 전문의의 검진을 받도록. 40∼50세는 1∼2년마다, 50세 이후에는 매년 유방 촬영검사를 받는다.

◆ 자궁경부암

25세 이상, 기혼 여성은 매년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받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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