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인터뷰]아! 김동성… 아쉬운 노메달

  • 입력 2002년 2월 24일 17시 36분


김동성이 남자 500m 준결승 1조 경기가 끝난 직후 아쉬운 표정으로 순위를 확인하고 있다.
김동성이 남자 500m 준결승 1조 경기가 끝난 직후 아쉬운 표정으로 순위를 확인하고 있다.
경기를 마친 김동성(22·고려대)의 얼굴엔 땀이 흘렀다.

그동안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출전한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하지만 연이은 악몽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그는 24일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에서 캐나다의 마크 가뇽에게 0.008초로 뒤지며 결승진출에 실패,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한 채 귀국 비행기를 타게 됐다.

한국 남자팀의 에이스로 확실한 금메달리스트로 평가받았던 김동성으로선 더없이 실망스러운 성적. 그동안 한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김동성은 모든 경기가 끝나자 훌훌 속내를 털어놨다.

▼“빨리 미국 벗어나 서울 가고파”▼

-오늘 경기는 어땠나.

“경기장의 얼음이 무른 상태에서 오른쪽 스케이트날이 자꾸 얼음에 박혔다. 이에 신경 쓰느라 소극적으로 경기운영을 하다보니 다른 선수들에게 뒤졌다. 빨리 미국을 벗어나 서울에 가고 싶다.”

-이제 모든 게 다 끝났는데….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다 잊고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처음(중국의 리자준에게 걸려 넘어진 1500m 준결승경기)부터 꼬였다. 그날 경기를 끝낸 뒤 정말 운동을 관두고 싶었다.”

-1000m결승에서 심판진으로부터 ‘크로스 트랙(Cross track)’ 판정을 받은 뒤 어떤 생각이 들었나.

“7년 넘게 스케이트를 탔는데 그보다 더 심하게 몸이 기울어졌어도 ‘크로스 트랙’ 판정을 받은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원래 인코스로 붙어서 타는 스타일인데 억울한 판정이었다. 미국에서 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태극기 집어던진 게 아니다”▼

-국내에선 태극기를 던졌느냐, 안 던졌느냐를 놓고 말이 많다.

“집어 던진 게 아니다. 당시 장내방송에서 우승자로 내가 아닌 안톤 오노의 이름을 불렀을 때 화가 났다. 들고 있던 태극기를 내렸는데 스케이트 날에 걸려 불편해서 치웠을 뿐이다.”

-그날 많이 울었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다음날엔 선수촌의 PC방에 가서 내 홈페이지에 글을 띄워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 경기가 끝난 다음날엔 훈련이 제대로 안됐고 이틀째 돼서야 남은 500m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국내팬들이 판정에 분노했다는 소식은 들었나.

“전엔 일부 사람들만 쇼트트랙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걸 알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팬들이 쇼트트랙을 사랑하고 아껴주셨으면 좋겠다.” -다음 올림픽에도 참가할 것인가.

“매번 ‘이젠 그만둬야지’하는 생각을 갖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아직 스케이트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차차 생각해 보겠다. 내일(25일)이 졸업식인데 참석하지 못해 어머니가 대신 가시는 걸로 안다.”

김동성은 인터뷰 말미에 옆에 있던 전명규 감독을 쳐다보며 “2006년과 2010년에는 제가 저 자리로 가야죠”라고 슬쩍 농담하며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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